위은진 대한변협 인권위원회 부의원장 등 인권위원들이 2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지앙지법 기자실에서 테러방지법 의견서 제출 관련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뉴스1

여야가 정치적으로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테러방지법안에 대해 대한변호사협회가 전부 찬성한다는 의견서를 제출해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변협의 전·현직 인권위원 등 변호사들 900여명이 집행부의 공개 해명을 요구했다.

위은진 변협 인권위원회 부의원장 등은 2일 오전 서울법원종합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테러방지법안 의견서가 결고 변협의 공식 입장을 반영한 것이 아님을 국회와 전체 회원, 그리고 국민을 상대로 공개적으로 밝혀야 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또 "해당 의견서의 작성, 제출에 관여한 변협의 일부 집행부 전원이 공개 사과를 해야 한다"며 "다시는 이같은 사태가 벌어지지 않도록 이번 사태의 경과를 철저히 규명하고 재발 방지를 위한 실질적 감시시스템을 도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변협은 테러방지법안의 통과 여부와 무관하게 이 법안에 대한 충분한 검토를 해 변협의 존재 의의와 위상에 걸맞는 의견을 적절한 절차와 방식으로 제시하고 그 실현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변협 전·현직 인권위원 10여명은 전날부터 공개 사과 등을 집행부에 요구하기로 뜻을 모으고 변호사 900여명으로부터 동참 의사를 확인받았다.

앞서 변협은 테러방지법안에 대해 "전부 찬성"이라는 의견서를 국회에 제출했다. 이같은 사실은 일부 언론 보도를 통해 알려졌다. 변협은 이 과정에서 구성원들의 의견 수렴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 의견서 제출 여부도 구성원들에게 알리지 않았다.

이후 일부 변호사들이 반발했다. 변협이 일부 집행부들의 결정으로 반대 여론이 적지 않은 법안에 찬성 의견서를 제출했다는 점에서다. 하창우 변협 회장은 대화를 요구하는 회원들에 대해 대응하지 않다가 지난달 29일 "테러방지법 논란이 발생한 것에 대해 책임을 통감한다"며 "회원들의 중지를 모으지 못한 점에 대해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변협 인권위 변호사들은 "이번 사태의 본질은 과거 존재하지도 않았고 앞으로 결코 있어서도 안될 상황이 벌어졌다는 데 있다"며 "인권과 정의는 제대로 못 지키더라도 양심을 팔아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변협이 정치적 낙인이나 비난을 감수하고서도 나서야 할 때가 있따면 인권을 위한 때일 것"이라며 "정치권의 이해득실에 따라 불필요한 정치적 혼란이 가속될 때 인권과 사회정의의 기준으로 중심을 잡는 것이 변협의 존재 의의"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