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전경 /사진=뉴스1

3선 도전을 위해 경주시장 직을 잠시 내려놓고 선거운동을 하던 중 방사성폐기물 처리시설 인허가와 관련된 뇌물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백상승 전 경주시장(81)에게 벌금형이 확정됐다.

대법원 3부(주심 박보영 대법관)는 뇌물수수 및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백 전 시장에게 징역 8월의 선고를 유예하고 벌금 10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3일 밝혔다.

백 전 시장은 지방선거를 1개월 앞둔 2010년 5월 방사성폐기물 처리시설 공사 진행 과정에서 인허가 등과 관련된 편의를 제공해주는 명목 등으로 한국원자력환경공단 전 이사장 민모씨(67)와 관계자 홍모씨(63)로부터 1000만원을 수수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 과정에서 민씨는 홍씨에게 1000만원을 전할 것을 지시하고, 홍씨는 방사성폐기물 처리시설 공사 시공사 측으로부터 돈을 받아 전달한 것으로 조사됐다.

1심 재판부는 이들의 혐의를 모두 유죄로 인정했다. 재판부는 백 전 시장에게 징역 8월의 선고를 유예하고 벌금 1000만원을 선고했다. 민씨는 벌금 1000만원, 홍씨는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 및 벌금 1100만원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공무원 내지 공공기관 임직원으로 다른 사람의 모범이 돼야 함에도 적지 않은 뇌물을 받아 청렴성과 공정성에 관한 국민의 신뢰를 크게 훼손했다"고 지적했다. 다만 "백 전 시장이 뇌물을 받을 당시 경주시장으로서의 직무집행이 정지된 상태였던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2심 재판 과정에서 백 전 시장은 선거후원금 또는 격려금으로 돈을 받은 것일 뿐 경주시장의 직무와 관련해 받은 것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2심 재판부는 이같은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1심과 같이 백 전 시장 등의 혐의를 유죄로 판단했다.

이와 관련, 재판부는 "백 전 시장이 2010년 5월 경주시장 3선에 도전하면서 부시장이 시장의 권한을 대행하게 됐다고 하더라도 부시장은 백 전 시장의 추천으로 임명됐거나 그 지휘를 받아왔던 점, 백 전 시장이 선거일 다음날부터 임기만료일인 같은해 6월30일까지는 권한을 행사할 수 있는 점 등을 고려하면 방사성폐기물 처리시설 관련 인허가 등에 중대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지위에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 밖에도 재판부는 "백 전 시장이 재직기간 중 방사성폐기물 처리시설을 경주에 유치하는데 주도적 역할을 한 점, 민씨와 홍씨가 백 전 시장과 개인적 친분이 없는 점 등을 고려했다"며 "백 전 시장이 이들로부터 돈이 든 봉투를 은밀히 받은 것은 직무집행의 공정성을 의심받기 충분해 보인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