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이 지난 25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검찰청에 마련된 내란 특검 사무실에서 '언론사 단전·단수 의혹' 관련 피의자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사진=뉴스1

지난해 비상계엄 선포시 윤석열 전 대통령 뜻대로 특정 언론사에 대한 단전·단수를 지시했다는 의혹이 있는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이 구속 기로에 놓였다.

12·3 비상계엄 선포 관련 내란 및 외환 사건을 수사하는 조은석 특별검사팀은 28일 기자들과 만나 "이날 오후 1시47분쯤 이 전 장관에 대해 내란 중요임무 종사 및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위증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고 밝혔다. 구속영장 청구 사유에 대해서는 "범죄 중대성 및 증거인멸 우려, 재범 위험성 등"이라고 설명했다.

특검팀은 '단전·단수 지시가 실제로 이뤄지지 않아 직권남용죄가 미수에 그친 것 아니냐'는 질문을 받고서는 "피의사실에 대해 구체적으로 말하기 어렵다"면서도 "법리적인 부분에 있어서 충분히 검토했다"고 설명했다. 비상계엄 해제로 단전·단수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할지라도 직권남용죄가 성립될 수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 전 장관은 지난해 12월3일 비상계엄 선포를 전후해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경향신문, 한겨레신문, MBC, JTBC, 여론조사 '꽃'에 대해 '단전·단수 조치하라'는 지시받고, 허석곤 소방청장에게 전화해 "경찰로부터 단전·단수 협조 요청이 오면 조치하라"며 이를 실행하려 한 혐의를 받는다. 그러나 이 전 장관은 단전·단수 조치를 하려고 한 적이 없고 윤 전 대통령에게 이런 지시를 받은 적도 없다는 입장이다.

특검팀은 이 전 장관의 단전·단수 지시 등을 비상계엄 선포에 적극 가담한 행위로 판단해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를 적용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이 밖에 불법적인 비상계엄 선포를 막아야 하는 국무위원의 책무를 다하지 않고 방조한 혐의도 있다.

이 전 장관은 헌법재판소의 윤 전 대통령 탄핵 심판에서 '특정 언론사 단전·단수에 대한 조치를 구두로라도 지시받은 적 있습니까'라는 질의에 "전혀 없다"고 답하며 위증한 혐의도 받는다. 당시 이 전 장관은 소방청장에게 전화한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대통령실(집무실)에서 종이 쪽지 몇 개를 멀리서 본 게 있다. 그 쪽지 중에 소방청 단전, 단수, 이런 내용이 적혀 있었다"고 증언했다.

이 전 장관은 지난 25일 오전부터 서울고검에서 약 18시간40분간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았다. 이외에도 특검팀은 지난 17일 이 전 장관 주거지와 소방청, 서울경찰청 경비부 등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했다. 이후 이영팔 소방청 차장, 허석곤 소방청장 등을 불러 조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