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동열 전 대전지방국세청장 /사진=뉴스1

세무조사를 받고 있는 건설업자가 임경묵 전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이사장(71)의 사적인 요구에 응하도록 압박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박동열 전 대전지방국세청장(63)이 혐의를 부인했다.

21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2부(부장판사 남성민) 심리로 열린 첫 공판준비기일에서 박 전 청장 측 변호인은 "박 전 청장은 기본적으로 범행을 부인한다"고 말했다. 이어 "박 전 청장이 건설업자를 만난 사실은 있지만 권한이 없는 일을 강요한 적은 없다"고 밝혔다.

박 전 청장은 서울지방국세청 조사3국장으로 재직하던 2010년 4월과 5월 두차례 D사 대표 지모씨를 만나 임 전 이사장의 요구를 들어주라고 압박한 혐의(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로 기소됐다.

임 전 이사장은 2006년 지씨에게 자신이 소유하고 있던 경기 고양시의 땅을 4억7560만원에 팔기로 했다. 이 과정에서 4760만원은 먼저 받고 나머지 4억2800만원은 주변 땅의 재개발 사업 승인이 떨어지면 받기로 했다.

시간이 흐르면서 사업승인이 늦어지자, 임 전 이사장은 땅을 너무 싸게 팔았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이에 사촌동생과 함께 지씨에게서 잔금과 추가로 2억원을 더 받아내기로 했다. 이들은 박 전 청장을 거쳐 지씨에게 압력을 행사했고 돈을 모두 받아낸 것으로 밝혀졌다.

검찰은 박 전 청장이 별다른 대가 없이 임 전 이사장의 청탁을 들어준 것으로 보고 있다. 박 전 청장은 2010년 4~5월 지씨를 자신의 사무실로 두 차례 불러 땅값 문제를 해결하라고 압력을 가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임 전 이사장의 사촌동생 임모씨(66)는 지씨에게 "요구를 들어주지 않으면 세무조사를 받게 하겠다"고 말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날 박 전 청장의 재판에 앞서 임 전 이사장에 대한 재판도 열렸다. 임 전 이사장 측 변호인은 "기본적인 공소사실은 전부 인정한다"면서도 "세무조사를 무기로 압박을 하려던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범행 경위나 공모 시점 등에서 인정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는 것이다.

박 전 청장에 대한 다음 재판은 다음달 5일 진행된다. 임 전 이사장과 그의 사촌동생에 대한 재판은 오는 31일 열린다.

한편 임 전 이사장은 이명박 전 대통령 재임시절인 2008년 5월부터 2013년 5월까지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이사장 자리에 있었고 이 전 대통령의 측근으로 분류되는 인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