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운전 검사' 임용…솜방망이 처분 논란

2015년 11월 30일 저녁 서울 잠실종합운동장 인근에서 음주운전 단속에 걸린 운전자들이 면허증을 제시하고 있다. /사진=뉴스1

법무부가 지난해 공익법무관 신분으로 음주운전 사고를 내고도 검사 채용에 합격했던 A씨에 대해 '견책'처분을 했던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4일 법조계에 따르면 법무부는 지난 2월 25일 A씨에 대해 국가공무원법상 '품위유지 위반'으로 공무원 비위사건 처리규정에 따라 '견책'결정했다.

◇신임검사 지원 중 음주운전 사고 낸 공익법무관…6개월 뒤 '견책'처분

병역을 대신해 대한법률구조공단에서 공익법무관으로 근무하던 지난해 8월 5일 밤 A씨는 경기 고양시 일산동구 장항동 공영주차장에서 혈중알콜농도 0.177%의 운전면허 취소수준 만취 상태에서 차를 몰다 접촉사고를 냈다. 이어 출동한 경찰에 의해 음주운전 사실이 적발돼 지난해 11월 의정부지법 고양지원에서 도로교통법위반죄로 벌금 300만원의 약식명령을 받았다. 당시 A씨는 신임검사 채용에 지원한 상태였다.

법무부가 결정한 '견책'처분은 공무원 징계 수위 중 가장 낮은 단계다. 국가공무원법상 '전과(前過)에 대해 훈계하고 회개하게 하는 것'으로 6개월의 승진 및 호봉승급제한이 동반된다. 다만 승진이나 승급제한이 의미가 없는 공익법무관에게는 사실상 '훈계'외의 효과는 없다. 따라서 A씨에 내린 '견책'의 실질적 징계효력은 거의 없는 셈이다. 게다가 4월 검사 임용이 예정된 A씨에게 2월말에 내려진 공익법무관 신분에 대한 견책은 법무부의 의미없는 '면피성' 징계라는 지적도 나온다.

아울러 A씨는 군복무를 대체하는 공익법무관과 검사로 연속적으로 법무부 소속으로 일하는 셈이어서 견책처분을 받은 뒤 신임 검사로 채용되는 것은 현행 규정상 문제가 없더라도 외관상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사고 2주 뒤 규정강화돼 '중징계'도 가능해져…솜방망이 논란

여기에 A씨의 음주운전사고가 약 2주뒤의 일이었다면 중징계도 가능했던 것으로 알려져 '솜방망이 징계' 논란도 있다. 공교롭게도 A씨가 적발되고 나서 14일 후인 8월 19일부터 관련 규정이 강화됐기 때문이다.

'견책' 결정은 '공무원 비위사건 처리규정' 제3조 별표에 음주운전으로 인적·물적 교통사고를 내거나 운전면허 취소 1회에 해당하는 경우 '경징계 의결 요구'로 돼 있기 때문인데 이 규정이 '중징계'도 가능하도록 바뀌었다.

지난해 8월 19일자로 개정·시행되고 있는 대통령 훈령 제346호 관련 처리규정에 따르면 A씨 사례처럼 혈중알콜 농도가 0.1% 이상이거나 음주운전으로 물적피해를 동반한 교통사고를 일으킨 경우, '경징계'가 아니라 '중징계'도 가능해졌다. 2주 차이로 중징계를 피해간 셈이다.

한편 A씨 등 사법연수원 42기 수료생 37명은 지난 4월1일 임관식을 갖고 신임 검사로 임용됐다. 이에 대해 한 변호사는 "검사라는 직역은 다른 직역보다 준법성이 강하게 요구되는 직역인데 신임검사 채용지원 중에 음주운전한 자를 합격시킨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변호사는 "법무부가 법과 규정에 따라 징계하고 채용했다 하더라도 음주운전 공무원징계가 강화되고 음주운전 단속 기준을 강화하자는 움직임도 있는 사회적 분위기와는 역행하는 것"이라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