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행복은 자기 성장에 있습니다. 보다 나은 자기 자신을 만들기 위해서 노력해야 하죠. 국내의 젊은 변호사들도 해외로 진출해서 언어와 그 나라의 법제 등 계속 새로운 것을 배우고 시장을 개척해야 합니다."

법무법인 광장의 파트너 변호사이자 아시아 최초 세계변호사협회(IBA) 이사가 된 최정환 변호사(56·연수원 18기)의 말이다. 그는 국제 업무를 하는 변호사가 많지 않았던 시절 국제업무를 시작했고, 엔터테인먼트를 전문으로 하는 변호사가 없었던 때에 엔터테인먼트 전문변호사가 됐다. 인생이 온통 도전의 연속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 변호사는 "저라고 해서 도전정신으로 뭉친 건 아니에요. 다만, 지루하지 않은 삶을 살아야겠다, 새로운 분야를 도전하면 재미있겠다고 생각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사시를 붙으면 모두 판검사가 된다고 생각하던 시절이었다. 그래서 로펌에 들어가 국제 업무를 다루는 변호사가 되겠다고 하자 가족들의 반대도 심했다. 처음엔 검사가 되겠다고 생각했지만, 두 달 고민하고 결론을 내렸다고 했다. 검사는 정해진 길을 쭉 따라가는 것이었지만 새로운 길에 도전하고 싶었단 것이다. 국제적인 무대에서 일을 하면 재미있을 것 같았다고 했다.

그렇게 선택한 국제 업무를 하는 변호사의 길. 혹시 영어를 처음부터 잘 했기 때문에 그런 선택을 한 것이 아닐까 의문이 생겼다. 그는 고개를 저었다. 그러면서 "영어로 법을 다 설명하고 전화하는 수준이 돼야 업무를 할 수 있으니까 그 때부터 배우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그렇게 새로운 것을 배워가면서 많이 성장할 수 있었다고 회고했다.

1988년 영화 국내 시장 개방 계기로 엔터테인먼트 전문돼… 관련 학회도 만들어

엔터테인먼트 전문변호사 타이틀을 단 계기는 1988년 미국의 직배 영화 진출이 결정적 계기가 됐다. 당시 국내 영화인들은 이에 반대해 '스크린쿼터제'로 맞서면서 영화관에 불을 지르거나 뱀을 풀기도 했다. 그 시절엔 저작권 전문변호사조차 없었다. 그는 "당시 우리나라에 진출하려던 해외 영화 회사들이 놀라 변호사를 찾았다"고 말했다.

최 변호사는 새롭게 꾸린 팀에서 남들이 가지 않은 길을 선택했다. 다른 변호사들이 기업 인수합병(M&A)이나 국제무역(통상) 분야에 눈을 돌릴때 최 변호사만 나홀로 엔터테인먼트 분야에 손을 들었기 때문이다.

그 때부터 최 변호사는 엔터테인먼트라는 새로운 분야를 개척해 나갔다. 관련 계약서도 처음 보고 용어도 생소했지만 공부하며 열심히 했다. 국내 영화인들에게 자문해 주는 것도 그의 일이었다. 당시 인연을 맺었던 강우석·강재규 감독 은 지금 영화계를 주름잡고 있는 거물이 됐다. 최 변호사에 대한 소문이 연예계에 퍼지자 영화·음반·방송사, 영화배우, 가수 등 다양한 연예인들이 최 변호사의 자문을 받기도 했다.

엔터테인먼트 전문변호사가 된 그는 1999년 만든 한국엔터테인먼트법학회에 깊은 애착을 갖고 있다. 그는 "어디 가서 배울 곳도 딱히 없었던 분야라 후배에게도 도움을 주고 공부를 해보자고 해서 시작된 학회"라며 "(엔터테인먼트) 분야의 변호사가 많아지고 파이를 키울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설명했다. 엔터테인먼트 분야 법조인의 토대가 된 학회는 지금까지도 잘 유지되고 있으며 각 로펌에 엔터테인먼트 전문팀이 생길 정도로 규모도 커졌다.

아시아 첫 세계변호사협회(IBA) 이사 피선…"사회에 보탬이 되는 길" 

최 변호사는 2014년 선거를 통해 아시아 첫 세계변호사협회(IBA) 이사가 됐다. 세계변호사협회는 변호사들의 UN과 같은 곳으로 1947년 각국의 변호사협회가 모여 만든 단체다. 200개가 넘는 변호사 단체가 회원으로 가입돼 있으며 이 가운데 투표권이 있는 곳은 140여개다.

 
전 세계 변호사 협회의 윤리 규정의 통일작업과 새로운 중재 규칙 등을 논의하고 전세계 변호사 협회 대표들의 투표를 통해 결정한다. 아직 변호사협회가 없는 나라들에겐 협회를 만들 수 있도록 돕기 위해 변호사를 파견하고 교육도 해준다. 컨퍼런스를 하면 7000명의 변호사들이 모일 정도다. 2019 세계변호사협회 연차 총회는 특히 서울에서 열리기로 예정돼 있다.

그가 세계변호사협회 이사직에 도전하게 된 계기는 세계한인변호사회(IAKL) 활동이었다. 세계한인변호사회는 1988년 설립된 전세계에 퍼져 있는 한인 혈통의 법률가들이 모여 만들어졌다. 입양아들에게 무료로 자문을 해주거나 로스쿨에서 멘토링을 해주기도 한다. 지금은 전세계에 22개국 한국인 변호사들이 회원이다.

그는 "세계한인변호사회 소속 변호사들이 각자 자기 언어가 있지만 그 장벽을 뛰어 넘어 정으로 의사소통을 한다"며 "모두 한국인이라는 자부심과 자각이 있어서 만나면 서로 너무 반가워한다"고 말했다.

이를 계기로 최 변호사는 대한변호사협회의 국제이사 자리에 오른다. 당시 한국에서 법률시장이 개방되면서 관련 법률 등을 만들 때다. 시장 개방에 맞춰 국제조직에 진출하는데 그가 적임자였던 셈이다.

자문이나 소송 등에 쓸 시간을 쪼개 관련 활동을 하는 것이 어렵진 않냐고 물었다. 그는 "이게 내 소명"이라며 "한국의 변호사를 대표해 목소리를 내고 넓게는 아시아의 변호사 대표해 줄 수 있는 누군가가 필요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많은 시간을 할애해 프로보노 활동을 하긴 힘들지만 이런 식으로라도 사회의 보탬이 되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최 변호사가 후배 변호사들에게 해줄 조언은 뭘까. 그는 젊은 변호사들이 외국으로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태국에 한국말 할 수 있는 변호사를 소개해 달라는 요청을 많이 받지만, 추천할 만한 변호사가 없다고도 했다.

그는 "국내 시장은 이미 포화상태"라며 "똑똑하고 젊은 변호사들이 해외로 진출해야 한다"고 거듭 당부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에 들어와 일하는 외국 변호사가 2000명이 넘는데 반대로 한국 변호사가 외국 나가서 일하는 경우는 30명도 안 될 것"이라고 했다.

최 변호사는 또 청년변호사들이 해외시장 진출의 장벽을 허물기 위해선 대한변협이나 법무부가 젊은 변호사의 해외취업을 적극 도와야 한다고 주장했다. '청년 변호사 해외진출 아카데미(OK프로젝트)'가 하나의 결과물이지만 아직 미약한게 현실이다. 

최 변호사는 꼭 OK프로젝트가 아니라도 청년변호사 자신이 직접 외국 로펌에 연락을 취하는 등의 열정도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한국말이 가능하기 때문에 한국 기업 관련 일을 할 수 있다고 먼저 지원해보란 얘기다. 처음엔 통역부터 할 수 있겠지만, 해외에서 직접 일하다 보면 그 나라의 법률과 소송제도, 회사 설립절차가 어떤 것인지 알 수 있고 그러는 사이 어느새 전문가가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항상 새로운 삶을 살기 위해 중요한 것은 장소와 사람, 시간을 바꾸는 것"이라며 "그래야 삶이 풍요로워지고 지루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정환 변호사(56·연수원 18기)는 서울대를 졸업하고 28회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서울대학교 대학원 법학 석사, 동 대학원 박사 그리고 뉴욕대학교 로스쿨 법학 석사를 마쳤다. 2006년부터 2009년까지 한국엔터테인먼트법학회 회장을 지냈고 2009년부터 2011년까지 대한변호사협회 국제이사로 일했다. 현재는 국제변호사협회(IBA) 이사직과 아시아변호사협회(LawAsia) 부회장직을 수행하며 법무법인 광장의 파트너 변호사로 일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