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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5회 변호사시험이 실시되고 있는 서울 연세대 시험장/사진=뉴스1 |
지난 21일 제5회 변호사시험 합격자가 발표되면서 실무수습을 위한 취업시즌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변시 합격자들은 변호사법에 따른 법정 실무수습 6개월을 거쳐야 본격적으로 소송을 본인이 직접 수행할 수 있게 된다.
6개월의 수습을 마치지 않으면 단독으로 법률사무소를 개설하거나 법무법인 등의 구성원이 될 수 없고, 사건을 단독 또는 공동으로 수임하지 못한다. 따라서 매해 11월경 실무수습을 마친 변호사 1500여명이 새롭게 법조시장에 진입하는 셈이다.
올해 2월 졸업한 로스쿨생들은 지난 1월 변시를 치르고 4월 합격발표와 동시에 실무수습 인턴자리를 찾게 된다. 만약 수습기간을 채울 법률사무소나 회사를 찾지 못하면 대한변호사협회 연수를 6개월간 받아야 한다. 최근엔 매해 약 700명정도가 변협 연수로 실무수습을 대체하고 있다.
◇변협 사시존치 추진논란…법조계 불황·취업난 영향 적지 않아
현재 송무시장은 등록 변호사 2만명 시대에 접어들면서 사실상 포화상태인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최근 4년 동안 개업 변호사가 50% 넘게 증가했다. 지난 2월말 기준 개업 변호사는 1만7268명으로 로스쿨 변호사 배출 직전인 2012년 3월의 1만1491명에 비해서는 50.3% 늘었다.
변호사 숫자가 급증한 반면 시장 크기가 확대되지 않으면서 변호사 취업시장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법조계의 극심한 사법시험 존치논란도 '취업난'이나 법조계 '불황'과 무관하지 않다.
변호사 숫자가 급증한 반면 시장 크기가 확대되지 않으면서 변호사 취업시장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법조계의 극심한 사법시험 존치논란도 '취업난'이나 법조계 '불황'과 무관하지 않다.
현재 변협이 하창우 협회장 공약사항이라며 추진하는 사시존치의 구체적 내용도 결국 변호사 배출인원을 연 1000명으로 줄이겠다는 것이다. 로스쿨은 현재의 절반인 800명으로 하고 사시를 존치시켜 200명을 배출해야 한다는 게 변협의 입장이다. 흙수저 구하기, 희망사다리로 애써 포장하고 있지만 결국엔 밥그릇 지키기가 배경에 있다.
2010년경부터 로펌 오너이자 선배격인 기존 변호사들과 임금·휴가 등을 두고 권리투쟁에 나서며 대립했던 연수원 출신 소위 '청년 변호사'그룹이 활동방향을 사시존치로 확대하면서 로스쿨측과 대립각을 세운 것도 이와 관련 깊다.
결국 법조 시장 파이가 크게 늘지 않은 상태에서 권리찾기에 나선 연수원 출신들과 이후 새로 배출된 로스쿨 변호사들은 악화되는 환경속에서 대립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취업못한 '강제 개업' 상당수…자리 잡는데 1~2년 걸려
최근에는 배출되는 변호사의 상당수는 원하는 곳에 취업을 하지 못해 휴업 상태이거나 소위 '강제 개업'에 내몰리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법조계에선 취업을 못해 어쩔 수 없이 개업하는 것을 '강제 개업'이라고 부르고 있다. 이에 대한 정확한 통계는 나오지 않고 있고 사실상 집계도 불가능하다.
각 로스쿨은 졸업생의 취업현황을 자체적으로 조사해 내놓고 있지만 법조계에선 믿을 수 없는 자료로 여긴다. 대학 학부평가에서 엄격하게 4대보험 여부까지 따져 취업률을 통계내는 것에 비해 로스쿨 취업률은 전화로 구두조사하는 수준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각 로스쿨이 자체 조사로 취업률을 90%이상 혹은 100%라고 주장하지만 법조계에선 이를 그대로 믿는 이는 거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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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 로스쿨 2015년 졸업자 취업 현황 공시 |
수습 중인 변호사를 취업상태로 보거나 취업을 포기하고 개업하는 경우까지 취업이 된 것으로 포함하기 때문에 사실상 의미가 없는 숫자다. 법원 재판연구원(로클럭)이나 검찰 신임검사 합격자 숫자 정도만 의미 있는 자료가 된다. 다만 이마저도 학교별로 한 자릿수 이내이거나 극소수에 불과하기 때문에 대부분의 졸업자 취업상황과는 동떨어진 얘기다.
로스쿨 커뮤니티내에선 지난해 11월 수습이 끝나 단독 개업이 가능해진 4회 변시 합격자들도 일부가 취업하지 못한 상태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자발적 휴업도 있지만 일부는 개업이 가능해진 지난해 말 바로 사무소를 차렸다가 만만치 않은 시장상황에 포기하고 재취업에 나서기도 한다.
따라서 최근 변호사 취업시장은 자리를 잡기까지 최소 1~2년이 소요되는 게 평균적이다. 공기관과 사기업에서 변호사를 채용하는 숫자가 조금씩 늘고는 있지만 쏟아지는 변호사 숫자에 견줘 턱없이 부족한 형편이다.
◇준법지원인 활성화 등 변호사 채용확대 필요
변호사업계에선 로스쿨제 도입시 공공기관이나 기업 등에 변호사가 일할 자리를 만드는 것도 사회적 약속이었다는 점을 강조한다. 변호사를 별도로 뽑지 않던 중앙부처는 물론이고 지자체 등도 변호사공채에 나섰지만 공급에 비해 자리가 너무 적다는 게 법조계 시각이다.
실제로 준법지원인제도 등이 로스쿨 도입과 함께 추진됐지만 벌칙규정이 없어 법적으로 준법지원인을 둬야 할 기업들도 지키지 않는 형편이다. 상법상 자산총액이 5000억원 이상인 상장회사는 1명 이상의 준법지원인을 둬야 하지만 현재 절반이상의 해당 기업은 지키지 않고 있다. 기업들도 제재를 받지도 않고 마땅한 유인책도 없어서 굳이 변호사를 채용해 준법지원인제도를 지키려는 태도를 보이진 않고 있다.
이에 대해선 변호사 채용여력이 있는데도 기업입장에서 지나친 부담을 갖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중견기업 사내변호사인 A씨는 "변호사를 뽑으면 상당한 고임금을 줘야한다고 생각해서 여력이 있는 중견기업들도 채용을 안 하는 경향이 있다"며 "대기업들도 처음에 조금씩 뽑다가 최근에 늘려서 일반직으로도 뽑는 걸 보더라도 실제 채용전까지 기업이 갖는 부담을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에는 중소기업이나 벤처수준의 회사도 변호사를 별도로 뽑기 시작했기 때문에 자산총액 5000억원 이상의 상장사가 고비용을 이유로 변호사 채용을 꺼리는 것은 문제라는 지적이다.
◇해외진출 독려…눈높이 낮춰야 한단 지적도
국내 법조시장의 한계가 보이면서 법무부와 변협 등은 해외 진출도 독려하고 있다. 청년 변호사들이 해외 취업기회를 얻을 수 있도록 하는 'O.K. 아카데미(Overseas Experience for Korean Young Lawyers Academy)'라는 프로그램을 지난해부터 운영중이다. 다만 해외 근무가 가능한 수준의 어학을 갖추고 법체계가 다른 해외에서 활동가능하려면 영미계 로스쿨 등에서 추가로 공부해야 하는 등의 문제가 있어 다수의 청년 변호사들에게는 현실성이 없는 코스다.
한편 신규 변호사들이 눈높이를 낮춰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로스쿨 출신의 한 변호사는 "자리가 생겨서 알아 봐도 눈높이가 안 맞아 추천해주지 못할 때가 있다"고 말한다. 공기관에서 변호사 채용시 직급이 점점 낮아지면서 미달사태가 발생하기도 했다. 지난해 중앙선관위는 20명의 변호사를 모집해 지역 선관위에 배치할 계획이었지만 최종적으로 절반 이상을 뽑지 못했다. 법조계에선 7급 대우에 지방 근무가 원인이었다고 보고 있다.
법무부 통계에 따르면 최근 1년동안 새로 개업등록한 변호사 1100여명 중 1000명가량은 서울에 등록했다. 지방으로 내려가지 않고 대부분 서울에 자리잡고 있는 셈이다. 서울 지역 개업 변호사는 2월말 기준 1만2918명으로 전체의 73%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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