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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판례氏] "취재불응땐 보도"…'협박죄' 적용 안돼

[the L] 기자가 취재에 응해줄 것을 요청하고 보도하는 것은 일상적 업무로 정당행위에 해당


기자가 "취재에 응하지 않으면 조사한 내용을 보도하겠다"고 취재원에게 말했더라도 협박죄로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있다.

기자 A씨는 자신의 신분을 밝히고 "증여재산과 관련해 취재하러 왔다"며 "남의 재산 80억원 상당을 불법으로 취할 수 있느냐, 이 사실을 보도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에 응하지 않으면 지금까지 내가 취재한 내용을 그대로 신문에 내겠다"고도 했다.

A씨는 이후 같은 사람에게 찾아가 미리 준비한 인터뷰(서면질의) 협조요청서와 서면질의 내용을 책상 위에 올려놓고 "취재에 응하지 않으면 재산 불법편취, 탈세, 사문서위조 등에 대한 내용을 보도하겠다. 시간을 주는데 응하지 않으면 불리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검찰은 취재 과정에서 이렇게 말한 기자 A씨에게 협박죄를 적용해 기소했다. 기자 A씨는 유죄를 받았을까.

대법원 1부(주심 김능환 대법관)는 협박죄로 기소된 기자 A씨에 대해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했다.

재판부는 "신문은 헌법상 보장되는 언론자유의 하나로 정보원에 자유롭게 접근할 권리와 취재정보를 자유롭게 공표할 자유를 갖는다"며 "기자가 취재원에게 취재에 응해줄 것을 요청하고, 내용을 관계법령에 저촉되지 않는 범위 안에서 보도하는 것은 일상적인 업무 범위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사회통념상 용인되는 행위"라고 판결했다.

기자가 기사작성을 위한 자료를 수집하기 위해 취재 활동을 하고 취재에 응해줄 것을 요청하는 것은 문제가 없단 얘기다. A씨가 "취재에 응해줄 것을 요구하고 이에 응하지 않을 경우 자신이 조사한대로 보도하겠다"고 한 것도 마찬가지라고 봤다.

재판부는 기자의 취재 활동은 업무를 위한 행위기 때문에 위법성 조각 사유 중 정당행위에 해당한다고 봤다. 위법성 조각사유란 어떤 사람이 잘못된 행위를 했더라도 잘못이 없다고 봐 처벌을 하지 않는 몇가지 이유를 말한다. 잘못된 행위를 했더라도 그 행위를 해야만 하는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것으로 인정되면 사후적으로 그 행위를 적법하게 인정해 주는 것이다.

 

어떤 행위가 정당행위에 해당하는 것인지는 재판부가 개별적으로 판단한다. 보통 정당행위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 행위의 동기나 목적의 정당성 △ 행위의 수단이나 방법의 상당성 △ 그 행위로 인해 보호되는 이익과 침해되는 이익의 균형성 △ 긴급성 △ 그 행위 외에 다른 수단이나 방법이 없다는 보충성 등의 요건을 갖춰야 한다.


이 사건에서는 업무로 인한 행위라는 이유로 정당행위가 인정됐다. 업무란 사람이 일상생활의 지위에서 계속 반복적으로 행하는 사무를 말하는 것으로 △ 의사의 치료행위 △ 변호사의 업무 행위 △ 성직자의 업무 행위 등이 여기에 포함될 수 있다.


◇ 판결팁= 기자가 일상적인 업무에 해당하는 취재행위를 하면서 "취재에 불응하면 조사한 내용을 보도하겠다"고 말한 것은 정당행위에 해당해 협박죄가 적용되지 않는다. 


◇ 관련 조항

형법

제20조(정당행위) 법령에 의한 행위 또는 업무로 인한 행위 기타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아니하는 행위는 벌하지 아니한다.


제283조(협박, 존속협박)

① 사람을 협박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500만원 이하의 벌금, 구류 또는 과료에 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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