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석 교육부 학술장학지원관이 2일 정부세종청사 교육부 브리핑실에서 법학전문대학원 입학실태조사 결과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뉴스1

일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합격자 가운데 법조계 등 고위직 자녀 24명이 자기소개서에 부모의 이름이나 신상을 기재한 것으로 드러난 데 대해 법조계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소수의 부정 사례를 일반화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과 단 1건의 부정이라도 발견되면 공정성에 심각한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 맞서고 있는 것이다.

로스쿨 출신 변호사들로 구성된 한국법조인협회(한법협) 2일 교육부 발표에 대해 성명을 내고 "사법개혁의 성과인 로스쿨 제도는 수많은 공격과 음해 및 교육부의 전수 조사에도 불구하고 입시 비리 등 심각한 문제가 없었다는 것이 다시 한 번 드러났다"고 강조했다.

한법협은 "교육부 발표에 따르면 로스쿨 선발 과정은 공정성 확보를 위해 다양하게 노력하고, 블라인드 선발 방식을 유지하는 등의 성과가 있었다"고 평가했다. 다만 "일부 자기소개서에 신상이 기재된 24건의 사례는 기성 법조인의 자녀들이 대다수인 것으로 볼 때 앞으로 전국 로스쿨에서 불필요한 오해를 사지 않도록 더욱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도 성명을 통해 "이번 교육부 발표로 그동안 난무했던 로스쿨 입시를 둘러싼 악의적 추측과 비방이 근거가 없다고 밝혀진 것을 다행스럽게 생각한다"며 "그럼에도 아직 개선해야 할 점이 발견된 만큼 로스쿨 입학전형이 국민의 신뢰를 받을 수 있도록 개선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전국의 로스쿨생들도 이와 유사한 의견을 보였다. 지방의 한 로스쿨생 김모씨(29)는 "24건이라는 숫자가 생각보다 적어서 놀랐다"고 말했다. 이어 "부정을 저지른 일부 사람들은 로스쿨생 전체를 '금수저'로 매도당하게 했다"며 "이들이 사법시험 존치 여론에 빌미를 제공하는 등 로스쿨 제도 자체에 해가되고 있는 만큼 충분한 자정작용을 거쳐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교육부 발표로 의혹으로만 존재하던 입시 부정이 더욱 명백히 드러난 것이란 평가도 나왔다. 대한변호사협회(회장 하창우) 관계자는 이날 "교육부 발표는 로스쿨의 입시 부정이 명백하게 드러났는데도 덮으려는 것에 불과하다"며 "입시 요강을 위반한 부정이 있었는데도 아무런 해결책도 제시하지 못한 무능한 대응"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로스쿨 제도 도입부터가 아닌 최근 3년간만 조사를 한 것이고 그 중에서 24건의 위반 사례가 나왔다는 것은 적지 않은 수치"라며 "입학 과정에서 일어나는 부정은 단 1건만 있더라도 입시의 공정성을 의심케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지방변호사회(회장 김한규)도 이날 성명을 내고 "교육부는 여전히 로스쿨 입시의 공정화에 의지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전수조사 과정에서 발표 내용 외에도 불공정한 것으로 추정되는 사례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는데도 교육부가 당사자의 실명 뿐 아니라 해당 대학의 이름조차 발표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에 서울변회는 "로스쿨 개교 이래 2013년까지 입학생에 대해서도 전수조사를 실시해 결과를 공개해야 한다"며 "부정행위를 저지른 것으로 드러난 사람들에 대한 입학을 취소해야 한다"고 교육부에 요구했다. 서울변회는 또 "교육부가 불공정 입학의 구체적 사례와 실명, 부정행위자에 대해 합격 취소가 어렵다고 법률자문을 구한 내용 등을 공개하지 않는다면 정보공개를 청구하겠다"며 "로스쿨 학생 선발 과정의 공정성과 투명성 보장을 위해 입법청원도 하겠다"고 밝혔다.

나승철 전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장을 포함한 변호사 134명도 성명을 통해 "교육부가 명백한 경우만 발표한 것이 24건인데 실제 문제가 된 사례까지 포함하면 그 숫자는 훨씬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며 "그간 사법시험 체제 하에서는 입시와 관련된 비리가 존재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로스쿨이 다양한 인재를 선발하겠다고 도입한 면접과 자기소개서 평가는 특권층의 자제를 선발하기 위한 통로로 전락했는데도 로스쿨은 아무런 반성과 개혁의 의지를 보이지 않고 교육부조차 아무 대안도 제시하지 않고 있다"며 "로스쿨은 폐지가 정답"이라고 밝혔다.

한편 교육부가 이날 발표한 '로스쿨 입학실태조사 결과'는 지난해 12월부터 지난 3월까지 실시된 것으로, 2014학년도부터 2016학년도까지 진행된 전국 25개 로스쿨의 약 6000여건의 입학전형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자기소개서에 부모의 이름이나 신상을 기재한 것으로 드러난 법조계 등 고위직 자녀 24명 중 5명은 부모 성명을 직접 적은 것으로 조사됐다. 나머지 19건도 부모의 직위나 재직기간 등 신상을 기재한 것으로 밝혀졌다.

교육부는 다만 이 같은 부정 행위에 대해 입학취소 등 행정처분을 내리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로스쿨 입시 과정에서 법학적성시험, 학부성적, 영어, 서류, 면접 등 다양한 전형요소와 다수의 평가위원 평가가 고려되는 만큼 자기소개서 신상 기재와 합격과의 인과관계를 확인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