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을 앓던 20대 남성이 친동생을 흉기로 살해한 혐의로 2심에서도 징역 6년을 선고받았다. 이 남성은 평소 동생이 아버지의 사랑을 독차지해 자신이 소외받는다고 생각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고법 형사6부(부장판사 정선재)는 살인 혐의로 기소된 A씨(21)에게 1심과 마찬가지로 징역 6년을 선고했다고 25일 밝혔다.

A씨는 초등학생 무렵부터 신장에 이상이 생겨 건강상태가 좋지 않았다. A씨는 2005년 이혼한 부모님 탓에 자신의 건강이 더 나빠졌다고 생각하게 됐다. 특히 동생(18)과 아버지의 관계가 좋아 자신이 소외받고 있다는 생각도 하게 됐다. 이에 A씨는 아버지를 원망하게 됐고 아버지를 비하하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종종 보냈다.

사건은 지난해 8월 일어났다. 그 무렵 A씨는 동생이 아버지의 휴대폰에 자신의 번호를 스팸번호로 등록한 사실을 알게됐다. 이를 두고 둘은 말다툼을 벌였다. A씨는 동생이 화장실에 들어가는 것을 보고 주방에 있던 흉기로 범행을 저질렀다. 범행 당시 A씨는 우울증으로 인해 의사를 결정한 능력이 미약한 상태였던 것으로 조사됐다.

재판 과정에서 A씨는 흉기를 휘두른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숨지게 하려는 의사는 없었다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1심 재판부는 "A씨가 사용한 흉기의 종류와 가해 부위, 범행 전후의 정황 등을 종합하면 미필적으로나마 살인의 고의가 있었다고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A씨는 형이 너무 무겁다는 이유로 항소했지만 2심 재판부 역시 같은 결론을 내렸다. 재판부는 A씨에게 참작할 만한 사정들이 많지만 범행의 비난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1심과 같이 징역 6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A씨가 불우한 가정환경에서 자랐고 우울증까지 앓게 된 점, 범행 직후 119에 신고하고 인공호흡을 하는 등 범행에 대해 진지하게 반성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점 등 참작할 사정이 있지만 친동생의 생명을 빼앗은 범죄는 비난가능성이 대단히 높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