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창우 대한변호사협회장 /사진=뉴스1

검사장급 이상 검사와 고등법원 부장판사급 이상 법관에 대해 변호사 개업을 금지하는 방안이 본격 추진된다.

대한변호사협회(회장 하창우)는 20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전관비리 근절 대책'을 내놨다. 대한변협은 판사와 검사 선발시험과 변호사 자격시험을 분리해 전관 자체를 없애는 방안을 추진하되 이 방안이 자리잡기 전까지는 검사장급 이상 검사와 고등법원 부장판사급 이상 판사의 개업을 금지하는 방향으로 법을 제·개정하겠다고 밝혔다.

대한변협은 이날 전관비리 근절 대책의 기본 방향에 대해 △전관 변호사 배출의 원천적 차단을 위한 투트랙 양성시스템 도입 △전관 비리 변호사에 대한 징계와 처벌 강화 △전관 비리 방지를 위한 새로운 대책 등 3가지로 나눠 설명했다.

대한변협은 "전관 비리를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방법은 전관 변호사를 배출하지 않는 것"이라며 "장기적으로 판사와 검사 선발시험과 변호사 자격시험을 분리하는 투트랙 법조인 양성제도를 실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투트랙 법조인 양성제도 시행 이전까지는 법조 일원화를 유지하고 검사장급 이상의 검사와 고등법원 부장판사의 변호사 개업을 금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비리를 저지른 변호사에 대해서는 형사처벌을 강화하고 수임제한 기간을 연장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공소가 제기된 비리 변호사에 대해서는 재판 확정 전에 징계절차를 진행해 제명이나 영구제명도 가능하게 할 계획이다.

대한변협은 특히 보수 신고제도, 개업포기자 법관 우선 채용제도 등 전관 비리를 방지하는 새로운 제도의 도입을 논의하고 있다. 일정액 이상의 형사사건 보수 수령을 대한변협에 신고토록 하고, 변호사 개업 포기 의사를 밝힌 법관 임용대상자를 우선 채용하는 것이 골자다.

대한변협은 이를 위해 구체적인 대책을 장·단기로 나눠 제시했다. 법률의 제·개정이 필요한 장기대책으로는 판·검사 임용 및 변호사 자격 이원화 등을 비롯해 △선임계 없이 변론한 변호사를 징역 1년 이하 또는 벌금 1000만원 이하의 형으로 처벌하는 방안 △공직 출신 변호사의 사건 수임제한 기간을 3년으로 연장하는 방안 △변호사가 형사사건 1건에 5000만원 이상 받은 경우 신고를 하게 하는 방안 △검사와 판사가 사건을 처리할 때 변호인 등이 재판부와 연고관계가 있는 경우 의무적으로 피하게 하는 방안 등을 제안했다.

법률의 제·개정 없이 실행 가능한 단기 대책으로는 △경력법관 임용시 변호사 개업 포기 서약자 우선 임용 △대법관 퇴임 변호사의 모든 사건에 대해 연고관계를 공개할 것 △수임제한 해제 광고를 금지하게 하는 방안 등을 제시했다.

대한변협 관계자는 이번 대책을 제시한 배경에 대해 "과거 법원, 검찰, 변호사단체가 법조계에 만연한 비리를 척결하기 위해 변호사법을 개정했지만 비리가 여전히 근절되지 않고 있다"며 "그 원인은 전관예우라는 고질적 병폐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일부 전관 변호사들이 노골적으로 연고관계를 선전해 사건을 수임하고 사건 해결에 연고관계를 이용하는 등 탈법과 불법을 자행해 왔음이 이번 '정운호 법조 비리' 사건에서 드러났다"며 "법을 팔아 돈을 버는 일부 전관 변호사에 호응한 판사와 검사의 책임 역시 무겁다"고 지적했다.

대한변협은 "사법제도가 일부 법조인들이 야합해 벌이는 탐욕의 수단으로 전락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며 "진정한 사법개혁을 위해 관련 법률을 제정하고 개정해야 하며 제도를 만들고 고쳐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