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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내 북한 식당을 탈출해 집단 입국한 북한 종업원 12명에 대한 수용의 적법성을 가리는 재판이 21일 열렸지만 결론이 나지 않았다. 이들에 대한 인신보호 구제를 청구한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이 재판부를 변경해 달라는 요청을 한 탓이다.

인신보호구제를 청구한 민변 변호사들은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32단독 이영제 판사 심리로 2시간 가량 진행된 심문 끝에 재판부의 절차 진행과 공정성을 문제삼으며 재판부를 변경해달라는 기피신청을 했다.

이날 심문 과정에서 이 판사는 민변 측에 소송위임의 적법여부에 대한 추가 보정 및 구제청구 이유를 진술하라고 요구하는 한편 국정원 측에 피수용자들의 불출석에 대한 정당한 사유를 소명할 것을 요구했다.

이에 민변 변호사들은 구제청구 이유 진술을 거부하고, 출석하지 않은 피수용자들을 다시 소환할 것을 주장하면서 심문을 지속하려는 재판부에 기피신청을 했다.

민변 측은 "탈북 종업원들이 법정에 출석하지 않은 상황에서 당사자들을 통한 사실확인 없이 결정을 내리겠다는 재판부의 판단은 공정성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또 심문이 비공개로 진행된 점, 녹음과 속기신청이 허용되지 않은 점 등도 기피신청의 이유가 됐다고 설명했다.

또 "국정원과 정부가 변호인과 당사자들의 만남을 막고 있는 상황에서 당사자의 의사와 처우의 적절성 등을 확인할 수 있는 유일한 기관인 법원이 앞으로 당사자의 소환 및 심문절차를 진행하지 않겠다고 한 것은 법원의 인신보호기능을 스스로 저버린 처사"라고 주장했다.

심문을 비공개로 진행하기로 한 데 대해 채희준 민변 변호사는 "인신보호구제청구 사건은 공개진행이 원칙이고 당사자가 한 명도 나오지 않아 비공개로 진행할 사유가 없다"며 이의를 제기했지만 이 판사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국정원 측은 "피수용자 본인들이 재판에 나오지 않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했고 가족들의 신변에 위협가능성이 있어 출석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피신청에 대한 재판이 확정될 때까지 인신보호사건의 소송절차는 중단되게 됐다.

기피신청에 대한 재판은 일반적으로 형사수석부장이 속해 있는 재판부에서 맡지만 이번 경우 심리를 진행한 이 판사가 수석부장과 같은 합의부에 소속돼 있어 다른 재판부로 배당이 이뤄질 예정이다.

이날 재판을 보러온 보수단체 관계자 등은 "법원이 인신구제청구를 받아들인 것 자체가 잘못됐다"며 크게 반발했다. 이들은 비공개심문이 진행되는 2시간여 동안 법정 밖에서 자리를 지키며 언성을 높였다. 특히 재판이 끝난 뒤에도 기자들과 민변 변호사들이 만난 자리에 현수막을 들고 민변을 비난하는 구호를 외치기도 했다.

앞서 민변은 북한 종업원들의 자발적 탈북 여부 등을 둘러싼 의문을 해소해야 한다며 지난달 13일 국정원에 접견을 신청했다. 그러나 정부는 "종업원들이 자유의사에 따라 입국했고 현재 우리 사회 정착을 위해 안정을 찾아가는 과정이기 때문에 접견은 적절하지 않다"며 거부했다.

이에 민변은 정기열 중국 칭화대 교수를 통해 중국에 남아있는 북한 종업원들의 가족들 위임장을 받아 지난달 법원에 인신구제를 청구했다. 심문기일에 앞서 법원은 종업원들이 재판에 나올 수 있도록 국정원에 출석명령 소환장을 보냈지만 국정원은 "본인들이 원하지 않는다"며 출석시키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