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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월1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 대강당에서 열린 신임법관 임명식에서 신임법관들이 법복을 착용한 뒤 선서를 하고 있다. /사진=뉴스1 |
소송당사자가 가장 궁금해 하는 것은 소송의 승패입니다. 변호사의 입장에서도 소송당사자에게 “이 사건은 이깁니다”, 아니면 “가망이 없습니다”라고 이 쉽게 이야기해 줄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실제로 소송당사자들은 변호사나 사무장으로부터 이긴다는 자신 있는 이야기를 들으면 당장 사건을 위임하는 경향이 있지만, 뜻밖의 결과에 당황해 하는 일이 많습니다.
그러나 저는 아주 전형적이고 단순한 사건을 제외하고는 변호사가 자신 있게 승패를 장담하는 것은 매우 무책임한 행동이라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소송의 승패를 결정짓기까지는 법관에 의한 수많은 선택의 순간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리고 법관의 이러한 선택의 방향이 나에게 유리하게 이루어질 때 비로소 승소에 이를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러나 법관이 어떠한 순간에 소송의 향방을 결정짓는 선택을 하고 있는지를 알게 된다면, 이는 장래 닥칠 수 있는 법률적인 위험을 대비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따라서 소송의 승패를 결정짓는 법관의 2가지 중요한 선택의 순간을 차례로 살펴보고자 합니다.
◇법률요건 및 법률효과의 해석
우선 계약이나 법률은 기본적으로 법률요건과 법률효과를 정하고 있습니다. 즉, “~하면, ~한다.”라는 구조로 되어 있습니다. 여기서 “~하면” 부분이 법률요건이고, “~한다” 부분이 법률효과입니다.
예컨대, 민법 750조는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한 위법행위로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자는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는데, 여기서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한 위법행위로 타인에게 손해를 발생시킬 것’이 법률요건이고,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가 법률효과입니다.
한편, 회사의 업무규칙 중에는 “직원이 회사의 명성에 누를 끼치는 행동을 한 경우에는 해고할 수 있다.”라는 규정이 있기도 합니다. 여기서 ‘직원이 회사의 명성에 누를 끼치는 행동’이 법률요건이고, ‘해고권의 발생’이 법률효과입니다.
그러나 위 업무규칙에서 직원이 한 행동이 ‘회사의 명성에 누를 끼치는 행동’은 애매한 관념이기 때문에 구체적으로 어떠한 행동이 여기에 포함되는 것인지가 명백하지 않습니다.
이렇듯 법률이나 계약 중에서 법률요건이, 경우에는 법률효과까지도 불확실한 개념으로 정의되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러한 현상은 구체적인 법률관계를 모두 미리 구체적으로 정해 둘 수 없다는 한계 때문에 발생하기도 하지만, 우리가 중요한 계약서에 우리 의사를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기 때문에 발생하기도 합니다.
이러한 법률이나 계약 등에 존재하는 법률요건이나 법률효과에 규정된 개념 자체가 불명확한 경우에는 법관이 이를 어떻게 해석할 것인지에 관한 선택의 순간이 도래합니다. 물론 법관으로서는 상식과 논리에 맞추어 해석방법을 선택할 의무를 부담하지만, 현실에 있어서는 구체적인 인간인 법관이 판단하게 되는 이상 그 법관의 평소 인생관이나 가치관에 좌우될 수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같은 법조인이라도 법관과 변호사 사이에, 그리고 법관 사이에서도 해석의 결과는 달라질 수 있는 것입니다.
◇사실관계의 확정
한편, 법관은 법률요건이 충족되었는지 여부를 판단하기 위한 필수적 전제로 사실관계를 확정해야만 합니다. 그러나 소송의 당사자들은 서로 유리한 사실관계를 주장하기 때문에 당사자들 사이에서 관건이 되는 부분에서는 서로 주장하는 사실관계가 일치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가장 많은 소송 유형의 하나인 대여금 반환청구 사건을 예로 듭니다. 쉽게 말하면 돈을 빌려주었으니 돌려주어야 한다는 소송사건입니다. 이런 유형의 사건에서는 대부분 계좌이체 내역이라는 객관적인 증거에 의하여 입증될 수 있는, 일방이 다른 일방에게 돈을 보낸 사실까지는 다툼이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돈이 보낸 사실이 바로 돈을 빌려준 사실을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돈을 보낸 원인 중에는 대여도 있지만, 그 밖에도 증여, 매매대금 등 수많은 원인이 존재합니다. 만일 상대방이 증여에 의하여 받은 돈이라고 주장하면 어떨까요? 직접적인 계약서가 존재하지 않는다면, 돈을 빌려준 입장에서는 빌려준 돈이라는 점을 입증하기 위한 여러 가지 간접증거들을 동원해야만 합니다.
그러나 증거를 어떻게 취사선택하여 믿을 것인지는 전적으로 법관의 자유에 달려있습니다. 전문적인 용어로는 이를 ‘법관의 자유심증주의’라고 합니다. 법관은 변론 전체의 취지를 증거로 삼을 수도 있습니다. 결국 법관은 그 자신의 인상에 따라 마음대로 사실을 인정할 수 있게 됩니다.
요컨대, 소송의 승패를 좌우하는 또 한 가지의 키워드인 사실관계의 확정은 전적으로 법관의 인생관과 가치관에 따라 결정됩니다.
◇상식과 논리적 사고 가진 법관이어야 납득가능한 결론에 이를 수 있어
결국 법관은 소송의 승패를 좌우할 수 있는 전권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법관에게 이러한 무소불위의 권능을 부여한 것은 법관이 평균인이 가지고 있는 상식을 가지고 있다는 믿음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그리고 상식과 논리적인 사고방식을 가진 법관이라면 우리가 납득할 수 있는 결론에 이를 수 있을 것이고, 이러한 법관이 대부분인 법원이라면 대체적으로 우리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렇지 못하다면 전관예우가 존재한다는 의심으로부터 벗어날 길이 없을 것입니다.
요컨대 가장 중요한 것은 법관 개개인입니다. 우리나라는 상식과 논리적인 사고방식을 갖춘 법관을 보편적으로 배출할 만한 역량이 있을까요? 그리고 우리나라는 이러한 법관을 추려서 선발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가지고 있을까요?
한정수 변호사는 15년간 법무법인 율촌에서 근무하다가 서귀포의 한적한 시골마을에 '한변의 법률사무소'라는 1인 법률사무소를 개설했다. 법률서비스의 새로운 대안을 통해 전국 각지의 소송을 대리하고 있다. 로펌 중국사무소 대표를 맡기도 했던 중국전문가로 머니투데이 더엘(the L)에선 나홀로소송 관련 칼럼을 연재하고 있다.
그러나 저는 아주 전형적이고 단순한 사건을 제외하고는 변호사가 자신 있게 승패를 장담하는 것은 매우 무책임한 행동이라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소송의 승패를 결정짓기까지는 법관에 의한 수많은 선택의 순간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리고 법관의 이러한 선택의 방향이 나에게 유리하게 이루어질 때 비로소 승소에 이를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러나 법관이 어떠한 순간에 소송의 향방을 결정짓는 선택을 하고 있는지를 알게 된다면, 이는 장래 닥칠 수 있는 법률적인 위험을 대비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따라서 소송의 승패를 결정짓는 법관의 2가지 중요한 선택의 순간을 차례로 살펴보고자 합니다.
◇법률요건 및 법률효과의 해석
우선 계약이나 법률은 기본적으로 법률요건과 법률효과를 정하고 있습니다. 즉, “~하면, ~한다.”라는 구조로 되어 있습니다. 여기서 “~하면” 부분이 법률요건이고, “~한다” 부분이 법률효과입니다.
예컨대, 민법 750조는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한 위법행위로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자는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는데, 여기서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한 위법행위로 타인에게 손해를 발생시킬 것’이 법률요건이고,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가 법률효과입니다.
한편, 회사의 업무규칙 중에는 “직원이 회사의 명성에 누를 끼치는 행동을 한 경우에는 해고할 수 있다.”라는 규정이 있기도 합니다. 여기서 ‘직원이 회사의 명성에 누를 끼치는 행동’이 법률요건이고, ‘해고권의 발생’이 법률효과입니다.
그러나 위 업무규칙에서 직원이 한 행동이 ‘회사의 명성에 누를 끼치는 행동’은 애매한 관념이기 때문에 구체적으로 어떠한 행동이 여기에 포함되는 것인지가 명백하지 않습니다.
이렇듯 법률이나 계약 중에서 법률요건이, 경우에는 법률효과까지도 불확실한 개념으로 정의되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러한 현상은 구체적인 법률관계를 모두 미리 구체적으로 정해 둘 수 없다는 한계 때문에 발생하기도 하지만, 우리가 중요한 계약서에 우리 의사를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기 때문에 발생하기도 합니다.
이러한 법률이나 계약 등에 존재하는 법률요건이나 법률효과에 규정된 개념 자체가 불명확한 경우에는 법관이 이를 어떻게 해석할 것인지에 관한 선택의 순간이 도래합니다. 물론 법관으로서는 상식과 논리에 맞추어 해석방법을 선택할 의무를 부담하지만, 현실에 있어서는 구체적인 인간인 법관이 판단하게 되는 이상 그 법관의 평소 인생관이나 가치관에 좌우될 수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같은 법조인이라도 법관과 변호사 사이에, 그리고 법관 사이에서도 해석의 결과는 달라질 수 있는 것입니다.
◇사실관계의 확정
한편, 법관은 법률요건이 충족되었는지 여부를 판단하기 위한 필수적 전제로 사실관계를 확정해야만 합니다. 그러나 소송의 당사자들은 서로 유리한 사실관계를 주장하기 때문에 당사자들 사이에서 관건이 되는 부분에서는 서로 주장하는 사실관계가 일치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가장 많은 소송 유형의 하나인 대여금 반환청구 사건을 예로 듭니다. 쉽게 말하면 돈을 빌려주었으니 돌려주어야 한다는 소송사건입니다. 이런 유형의 사건에서는 대부분 계좌이체 내역이라는 객관적인 증거에 의하여 입증될 수 있는, 일방이 다른 일방에게 돈을 보낸 사실까지는 다툼이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돈이 보낸 사실이 바로 돈을 빌려준 사실을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돈을 보낸 원인 중에는 대여도 있지만, 그 밖에도 증여, 매매대금 등 수많은 원인이 존재합니다. 만일 상대방이 증여에 의하여 받은 돈이라고 주장하면 어떨까요? 직접적인 계약서가 존재하지 않는다면, 돈을 빌려준 입장에서는 빌려준 돈이라는 점을 입증하기 위한 여러 가지 간접증거들을 동원해야만 합니다.
그러나 증거를 어떻게 취사선택하여 믿을 것인지는 전적으로 법관의 자유에 달려있습니다. 전문적인 용어로는 이를 ‘법관의 자유심증주의’라고 합니다. 법관은 변론 전체의 취지를 증거로 삼을 수도 있습니다. 결국 법관은 그 자신의 인상에 따라 마음대로 사실을 인정할 수 있게 됩니다.
요컨대, 소송의 승패를 좌우하는 또 한 가지의 키워드인 사실관계의 확정은 전적으로 법관의 인생관과 가치관에 따라 결정됩니다.
◇상식과 논리적 사고 가진 법관이어야 납득가능한 결론에 이를 수 있어
결국 법관은 소송의 승패를 좌우할 수 있는 전권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법관에게 이러한 무소불위의 권능을 부여한 것은 법관이 평균인이 가지고 있는 상식을 가지고 있다는 믿음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그리고 상식과 논리적인 사고방식을 가진 법관이라면 우리가 납득할 수 있는 결론에 이를 수 있을 것이고, 이러한 법관이 대부분인 법원이라면 대체적으로 우리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렇지 못하다면 전관예우가 존재한다는 의심으로부터 벗어날 길이 없을 것입니다.
요컨대 가장 중요한 것은 법관 개개인입니다. 우리나라는 상식과 논리적인 사고방식을 갖춘 법관을 보편적으로 배출할 만한 역량이 있을까요? 그리고 우리나라는 이러한 법관을 추려서 선발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가지고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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