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가 제기되면 법원은 심리를 합니다. 소송의 심리는 소에 대하여 판결하기 위해서 그 기초가 되는 소송자료를 수집하는 것으로 민사소송절차의 핵심입니다. 결국 판결도 심리의 결과를 반영하는 것이므로 법원의 심리가 어떻게 이루어지는 것인지를 알아야 제대로 된 싸움을 할 수 있는 것입니다.

우리나라 민사소송법의 심리에 관한 기본원칙은 당사자처분권주의, 변론주의 등이 있고, 위 기본원칙 등이 결국은 민사소송이라는 게임의 법칙이 되는 것입니다.

◇ 당사자처분권주의

당사자처분권주의는 절차의 개시, 심판의 대상, 절차의 종결에 대하여 당사자에게 절차의 주도권을 주어 그 처분에 맡기는 입장을 의미합니다.

즉, 당사자처분권주의의 결과 당사자의 소 제기에 의해서 비로소 소송절차가 개시되고, 법원은 당사자가 신청한 사항과 신청의 범위 내에서만 판단하게 되므로 소장 및 청구취지 및 청구원인 변경신청서를 통한 청구취지와 청구원인의 특정이 중요하게 되며, 당사자는 종국판결 전에 소의 취하, 청구의 포기·인낙, 화해 등에 의해서 소송절차를 종료할 수 있는 것입니다.

◇ 변론주의

변론주의는 소송자료(즉, 사실과 증거)의 수집과 제출의 책임을 당사자에게 맡기고 당사자가 수집·제출한 소송자료만을 재판의 기초로 삼아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변론주의는 심리에 있어서의 핵심적인 원리로서, 실질적으로 소송의 결과를 좌우할 수 있는 매우 중요한 원리입니다.

변론주의의 구체적인 내용은 △ 주요사실은 당사자가 변론에서 주장하여야 하고 당사자에 의해서 주장되지 않은 사실은 판결의 기초로 삼을 수 없다는 '사실의 주장책임' △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는 사실은 증거조사를 할 필요 없이 그대로 판결의 기초로 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자백의 구속력' △ 당사자가 신청한 증거에 대해서만 증거조사하고 원칙적으로 법원은 직권으로 증거조사를 해서는 안 된다는 '직권증거조사의 금지'의 세 가지입니다.

'주요사실'은 법률효과를 발생시키는 법규의 직접 요건사실을 의미하는데, 구체적으로는 청구원인사실과 항변사실을 말하고, 이에 비하여 주요사실의 존부를 확인함에 있어서 도움이 됨에 불과한 사실을 ‘간접사실’이라고 합니다. 당사자는 주요사실을 주장해야만 법원이 이를 판단하게 되고 가사 법원이 증거조사를 통해서 주요사실을 알았다고 하더라도 당사자가 이를 주장하지 않으면 법원은 이를 판단의 기초로 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당사자는 무엇이 주요사실인지를 알고 이를 반드시 주장하여야 하며, 이를 주장하지 않으면 패소를 면할 수 없습니다.

주요사실과 간접사실의 구별에 관해서는 법률효과를 발생시키는 법규의 요건사실이 주요사실이고 그 이외의 사실은 간접사실이라고 보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입니다.

가장 많은 유형의 소송인 '대여금 반환 청구소송'의 경우 그 근거는 민법 제603조 제1항의 '차주는 약정시기에 차용물과 같은 종류, 품질 및 수량의 물건을 반환하여야 한다'라는 조문이 됩니다. 따라서 대주는 소비대차계약의 체결사실(차용물 반환의 약정시기 포함), 금전의 대여사실, 약정시기의 도래사실을 주요사실로서 주장합니다. 대주가 위와 같은 주요사실을 제대로 주장하지 못하면 설사 돈을 빌려준 것이 사실이더라도 승소판결을 받지 못하는 결과를 가져옵니다.

민법 제162조 제1항은 '채권은 10년간 행사하지 아니하면 소멸시효가 완성된다'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차주로서는 대주가 채권을 10년간 행사하지 않았음을 주장하면 법원으로부터 소멸시효 완성 여부에 관한 판단을 받을 수 있게 됩니다. 그러나 차주가 소멸시효를 주장하지 않으면 법원은 소멸시효 완성에 관한 판단을 할 수 없습니다.

위와 같이 당사자가 자신에게 유리한 법률효과를 주장하기 위해서 필요한 주요사실을 주장할 책임을 '주장책임'이라고 하고, 이렇게 필요한 주요사실을 주장하는 것이 소송의 승패를 결정짓는 1차적 관문이 됩니다.

한편, 위와 같은 주요사실을 주장하였을 때 법원 스스로 그러한 주요사실이 존재하는지 여부를 알아서 조사해 주지 않는다는 점을 명심하여야 합니다.

즉, 당사자 일방이 주장한 주요사실에 대해서 상대방은 입장을 밝혀야 합니다. 상대방이 주요사실을 명백하게 다투지 않으면 이를 자백한 것으로 간주되어 위 주요사실이 그대로 판결의 기초가 됩니다.

반면에 상대방이 주요사실을 다투는 경우에는 증거에 의해서 위 주요사실이 입증되어야 비로소 판결의 기초가 됩니다. 증거조사는 당사자가 신청한 증거에 대해서만 이루어지고 원칙적으로 법원이 직권으로 증거조사를 해서는 아니 되므로, 결국 주요사실을 주장하는 당사자가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적절한 증거신청, 즉 입증책임을 다하지 못하면 패소를 면하지 못하게 됩니다.

결국 승소할 수 있는 사실관계임에도 불구하고 위와 같은 변론주의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소송에 임하는 경우 패소에 이를 수도 있음을 주의하여야 합니다.

◇ 그 밖의 기본원칙

그 밖에 소송의 심리와 재판의 선고는 일반인이 방청할 수 있는 상태에서 해야 한다는 '공개심리주의', 변론과 증거조사는 모두 구술로 행하여야 한다는 '구술심리주의', 직접 변론을 듣고 증거조사를 한 법관이 재판을 해야 한다는 '직접심리주의'가 있습니다.

또 소송심리에 있어서 당사자 쌍방에게 공격방어방법 제출의 기회를 동등하게 부여해야 한다는 '쌍방심리주의', 당사자가 공격방어방법을 소송의 정도에 따라 적절한 시기에 제출해야 한다는 '수시제출주의' 등의 심리원칙도 존재합니다.

다만, 실무에 있어서는 증거조사기일을 제외하고는 변론기일이라고 하더라도 한 사건당 10분 이상의 시간이 배정되지 않은 경우가 많고, 이에 따라 구술심리주의의 이상은 제대로 구현되지 않고 있습니다. 따라서 우리나라 민사소송에 있어서는 서면의 작성이 매우 중요합니다.

한정수 변호사는 15년간 법무법인 율촌에서 근무하다가 서귀포의 한적한 시골마을에 '한변의 법률사무소'라는 1인 법률사무소를 개설했다. 법률서비스의 새로운 대안을 통해 전국 각지의 소송을 대리하고 있다. 로펌 중국사무소 대표를 맡기도 했던 중국전문가로 머니투데이 더엘(the L)에선 나홀로소송 관련 칼럼을 연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