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8월 20일 삼성그룹 이병철 창업주 회장의 장남 고(故) 이맹희 CJ그룹 명예회장의 발인이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서 엄숙한 분위기 속에 진행된 모습

CJ그룹 고(故) 이맹희 명예회장의 혼외자 이모(52)씨가 이복남매인 이재현(56) CJ그룹 회장 삼남매와 이 명예회장의 부인 손복남(83) 고문 등을 상대로 2억 1000만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이씨는 지난해 8월 이 명예회장의 장례식 때 자신과 아들의 참석을 막아 정신적 고통을 받았다며 23일 서울중앙지법에 소를 접수했다.

이씨의 법률대리인인 조원룡 변호사는 "CJ측에서 이씨의 장례식 참석을 저지한 행위는 사실상 장례 방해행위"라며 민사적 손해배상소송 외에 장례식을 방해한 혐의로 장례식방해죄(형법 158조)로 형사 고소할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도 알려졌다.

◇ 장례식 참석 막은 CJ측, 장례식방해죄 성립 가능할까

노무현 대통령의 국민장 영결식 당시 백원우 의원이 헌화를 하던 이명박 대통령 부부에게 "사죄하라"고 소리를 쳐 검사로부터 장례식방해죄로 벌금 300만원에 약식기소 됐다가 대법원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예가 있다. 당시 재판부는 "장례식방해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객관적으로 보아 장례식의 평온한 수행에 지장을 줄만한 행위를 함으로써 장례식의 절차와 평온을 저해할 위험이 초래될 수 있는 정도는 돼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강성민 변호사(법무법인 청조)는 "형법 제158조는 '장례식의 평온'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며 "대법원이 백 의원에 무죄를 선고한 것은 설령 그가 이명박 대통령의 헌화를 방해하려는 의도가 있었더라도 행위의 내용, 경호원의 제압에 대한 백 전 의원의 반응, 소란이 있었던 시간 등을 감안할 때 위험을 초래할 정도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봤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 변호사는 "법원이 장례식 방해죄를 인정한 사례는 많지 않다”며 “실제로 장례식방해죄가 성립했던 판례들을 보면, 가족이나 상주에 의해 정상적으로 진행되고 있던 장례식에서 소주병을 바닥에 던져 깨뜨리는 등 소란을 피우거나, 약 40분간 욕설을 하는 등의 행위를 한 경우에 장례식방해죄를 인정한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맹희 명예회장의 장례절차는 상주와 가족들에 의해 정상적으로 진행되고 있었고, 상주 측에서 혼외자 이씨 아들(고 이맹희 명예회장의 손주)의 문상을 저지하여 참관하지 못하게 한 것이 '장례식의 절차와 평온을 저해하거나 저해할 위험이 초래'되었다고는 볼 수 없다"이라며 "현행법상 장례식방해죄로는 처벌이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혼외자 참석 저지만으론 처벌 어려워

일반적으로 장례식방해죄는 가족이나 상주에 의해 정상적으로 치러지고 있는 장례를 방해하는 행위에 대한 처벌을 목적으로 하므로, 혼외자의 참석을 저지한 행위만으로 처벌하기는 부족하다는 것이다.

이호영 변호사(법무법인 폴라리스) 역시 "우리 대법원은 장례식방해죄의 성립을 매우 엄격하게 해석한다"며 "혼외자 이씨와 그 아들이 조문을 못했더라도 당시 이 명예회장의 장례식은 일단 평온하게 수행된 것이라 대법원의 기존 입장에 따르면 장례방해죄 성립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또 “이씨 측이 CJ측에 장례방해 혐의로 형사고소를 하더라도 검찰이 기소를 할 가능성 자체가 낮다”며 "설령 검찰이 기소를 하더라도 법원에서 무죄판결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