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대학생들의 단체 채팅방에서 했던 성희롱적 발언이 잇따라 공개돼 문제가 되고 있다. 서울대학교 일부 학생들의 단체 채팅방 내용이 공개됐는데 이는 고려대학교에서 비슷한 사건이 터진지 약 한 달여만의 일이다. 유사한 사건들이 연이어 일어남에 따라 이에 대한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대학생 단체 채팅방에서 새내기·동기·모르는 여성 대상 성희롱 발언

서울대 사건은 서울대 총학생회 산하 학생·소수자인권위원회와 인문대 피해자 대책위원회가 '서울대 인문대학 카톡방 성폭력 고발'이라는 제목의 대자보를 게시하며 알려졌다. 이에 따르면 남학생 8명은 단체 채팅방에서 2015년부터 지속적으로 동기 여학생과 모르는 여성들을 언급하면서 성희롱이나 여성혐오적 발언을 했다.

이들이 공개한 내용에 따르면 이들은 같은 반 동기를 몰래 촬영한 사진을 올리고 '박고 싶어서'라고 말하거나 '배고프다'는 말에 "○○(동기 여학생 이름) 먹어"라고 말하는 등의 모습을 보였다. "여자가 고프면 주점 가서 따라" 또는 "슴만튀(가슴 만지고 튀기)" 등 수위 높은 발언들이 이어졌다.

지난 고려대 사건도 마찬가지였다. 고려대학교 카카오톡 대화방 언어성폭력 사건 피해자 대책위원회가 게시한 대자보에 따르면 이들은 "새따(새내기 따먹기)는 해야 하는데", "OOO은 먹혔잖아" 등의 발언을 하며 새내기와 동기들을 성희롱했다.

명예훼손·모욕 등 가능할 것…공연성 인정 돼

이런 성희롱 발언들에 대해서 법적 처벌이 이루어질 수 있을까. 신체 접촉이 없는 성희롱은 따로 처벌 조항이 없다. 형법상 모욕죄나 명예훼손죄의 적용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 법률 전문가들은 대상이 된 여학생에 대한 명예훼손이나 모욕은 될 수 있다고 봤다. 그런데 명예훼손이나 모욕죄가 적용되기 위해서는 '공연성'이 있어야 한다.

정현우 변호사(법률사무소 현율)은 "공연성이란 어떤 발언을 했을 때 그것을 불특정 또는 다수의 사람이 인식할 수 있는 상태를 의미하고 일대일 대화방이 아닌 단체 채팅방은 공연성이 인정될 수 있다"며 그 이유로 "다수 또는 한 사람한테 얘기를 했다 하더라도 그 한 사람이 다수의 사람에게 전파할 가능성이 있으면 공연성이 인정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김승한 변호사(법무법인 유스트)는 "서울대와 고려대 학생들이 나눈 카카오톡 대화의 내용은 추상적 판단이나 성적인 감정의 표현에 가깝기 때문에 명예훼손보다는 형법상 모욕죄 성립가능성이 더 크다"면서 "밀접한 친구사이의 대화라 하더라도 모욕적 언사를 표출하였을 경우 공연성이 인정된다"고 말했다.

처벌 가능성에 대해 정 변호사는 "8명이 있는 단체 채팅방에서 한 대화는 다수인에게 얘기를 한 것이고 외부로 전파될 가능성도 있고 실제로 전파가 된 사건이기 때문에 처벌가능성이 높다"며 "채팅은 대화를 글로 남겨 모든 정보가 기록되는 정보통신망에 해당해 특별법에 의해 가중처벌될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