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엘(the L) / '함정에 빠졌다'…'합의금 헌터' 주의보 ◇

온라인 게임에서 일부러 욕설을 유도해 합의금을 목적으로 고소하는 '합의금 헌터'가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합의금 헌터는 주로 게임을 하다 욱해서 욕하는 이들을 노린다. 이들은 경험이 많기 때문에 어떻게 하면 경찰서에 신고할 수 있는지도 잘 알고 있다.

게임에서 하는 욕설로 인해 모욕죄가 성립되려면 제3자가 욕설을 볼 수 있는 '공연성'과 피해자 신분이 드러나는 '특정성'이 필요하다. 그것을 위해 합의금 헌터들은 묻지 않아도 자신의 주소와 이름, 직업 등 신상을 밝히고 게임을 시작한다.

게임이 시작되면 같이 게임을 하는 사람들이 화를 낼 만한 행동을 한다. 가끔은 채팅으로 먼저 욕설이 나오도록 유도한다. 그러다 누군가가 욕을 하면 그것을 바로 저장해 경찰에 신고하거나 상대에게 신고한다고 말한다. 욕을 한 사람이 당황한 사이에 법적으로 처벌될 수 있다고 경고하며 합의금을 받아낸다.

그렇다면 이렇게 욕설을 유도당한 경우도 형사 처벌의 대상이 될까. 

경찰청 사이버수사기획팀 관계자에 따르면 "고소인이 비난을 촉발하거나 먼저 유도한 경우는 일회성 여부, 반성의 정도, 욕설의 수준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처리한다"고 한다. 유도당해 욕을 한 경우도 문제가 될 수 있단 얘기다.

법무법인 대륙아주의 김계리 변호사도 "유도 당해 욕설을 한 행위가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며 "먼저 공격을 받고 이에 대항하여 때린 경우도 형사 처벌을 받을 수 있는 것과 유사하다"고 말했다. 다만 "처벌 여부는 해당 욕설의 수준과 횟수 등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검찰도 이런 문제점을 감안해 작년 4월 '인터넷 악성댓글 고소사건 처리방안'을 내놨다. 고소를 남용한 것으로 판단되면 사건 처리에 각하나 교육조건부 기소유예 등을 활용하기로 했다. 

또 고소인이 피고소인을 협박하거나 고액의 합의금을 요구하는 경우에는 공갈죄 또는 부당이득죄 등을 적용하기로 했다. 그러나 아직 실제 사례가 알려진 바는 없다.

합의금 사냥꾼에게 당하지 않도록 게임을 하는 사람들이 스스로 주의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화가 나더라도 함부로 욕을 하지 않는 것이 최선의 대비책이란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