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슨코리아가 우병우 수석의 아내와 자매들로부터 구입해 매각한 부지 위에 새로 지어진 강남역 센트럴푸르지오시티의 모습./사진=뉴스1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은 20일 서울 강남역 일대 1300억원대 부동산 거래 의혹 등에 대한 정치권의 사퇴 요구와 관련해 "그럴 생각이 없다"며 "모두 내가 모르는 사람과 관련해 제기된 의혹이고 이런 문제를 갖고 그때마다 공직자가 관둬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우 수석의 처가와 넥슨코리아(넥슨)간의 부동산 거래에 대한 의혹이 점차 확산되고 있다. '지극히 정상적인 거래'라는 당사자들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세금 문제를 해결한 우 수석 측만 혜택을 입었기 때문이다.

넥슨 부동산 구입, 손해보는 거래로 석연치 않아

넥슨은 이미 판교에 신사옥 건설을 추진 중이었던 2011년 3월 우 수석 처가로부터 서울 강남구 역삼동 825-20 일대의 토지를 또 '사옥 건립' 목적으로 매입하면서 일본의 은행에서 토지 매입 비용을 빌렸다. 그러나 넥슨은 2012년 1월 해당 토지와 다른 토지를 합쳐 개발시행사에 팔았다.

토지의 매입가와 취득세·등록세 그리고 금융이자 비용 등까지 합하면 결국 손실을 본 것으로 추정되고 있지만, 넥슨은 실제로는 차익이 70억원 정도 남았다는 입장이다. 환율이 떨어졌던 시기라 엔화 기준으로 보면 환차익이 발생했단 얘기다.

만약 이 건물을 넥슨이 사주면서 우 수석 측이 세금을 늦게 내는 경우 부담하게 되는 가산세를 덜었다면 이것을 뇌물로 볼 수 있을지도 문제다. 현재 당사자들이 정상적인 거래라고 주장하지만 시가로 샀다고 해서 무조건 문제가 없다고 볼 수는 없기 때문이다. 가산세 부담을 덜었다는 것을 이득으로 봐서 뇌물죄에서의 뇌물로 볼 수도 있는 문제다. 이에 대해 법 전문가들의 시각을 물었다.

넥슨이 사줘 '가산세' 부담 덜었다면 뇌물죄 적용될까

부동산 전문 이건욱 변호사(법무법인 대지)는 "만약 해당 토지가 팔리지 않아 가산세를 부담해야 했다면 매달 수억원 정도씩 큰 손실을 볼 수 있었다"며 "시가로 샀다고 해도 가산세 부담을 크게 덜어준 부분은 금전적 이득을 준 것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동구 변호사(법무법인 참) 역시 "우 수석 처가가 부담해야 할 상속세 가산세는 곧 남편인 우 수석의 부담이기도 하다"면서 "넥슨이 가산세 부담을 덜어 준 것은 곧 우 수석의 금전적 부담을 덜어준 것이기 때문에 뇌물죄 혐의를 적용해 볼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정현우 변호사(법률사무소 현율)는 "대법원은 오래 전부터 뇌물에 대해 금전, 물품 기타의 재산적 이익뿐만 아니라 사람의 수요 욕망을 충족시키기에 족한 일체의 유형, 무형의 이익을 포함한다고 해석하고 있다"면서 "우 수석의 처가 부동산 매매로 인해 어떤 형태로든 우 수석 측에서 부당한 이익을 받은 것이라고 인정될 경우 이는 뇌물로 판단될 여지가 있다"고 봤다.

또 정 변호사는 "특히 뇌물죄의 경우 직무에 관한 청탁이나 부정한 행위를 자체를 반드시 필요로 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유·무형의 이익이 우 수석의 직무행위와 반드시 대가적 관계에 있을 필요도 없어 향후 검찰의 수사가 우 수석에 대한 부당한 이익제공 측면에 맞춰질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준호 변호사(법무법인 유스트)는 "장기간 처분하지 못하던 토지를 처분하고 다른 토지에 투자하여 시가가 급등한 경우 뇌물죄를 인정한 대법원 판례가 있다"며 "넥슨이 토지를 매수한 것 자체는 부정한 보수를 제공한 것이라고 볼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이 변호사는 "토지 처분 당시 인천지검 부천지청장으로 재직중이었던 우 수석은 2013년 퇴직 후 개인변호사 사무실을 운영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직무 관련성을 입증하기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당시 검사였던 우 수석의 직무와 관련해서 우 수석이 넥슨으로부터 토지처분의 편의를 제공받았다는 점을 입증해야 한다. 그런데 당시 우 수석이 넥슨 수사를 담당하고 있었던 것도 아니었기 때문에 직무 관련성을 입증하기 어려울 것이란 얘기다.

뇌물죄 '직무 관련성' 입증이 관건…검찰 조사 통해 밝혀질 것

한편 시민단체 투기자본감시센터는 지난 19일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우 수석을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투기자본감시센터는 "토지 매매 계약 당시 우 수석은 대검 수사기획관으로 대한민국 검찰 수사를 실무적으로 총괄 기획하고 있었다"며 "매입할 필요가 없는 건물을 매입함으로써 뇌물을 건넨 것"이라고 주장했다.

검찰 조사는 우 수석 처가와 넥슨 간의 부동산 거래를 면밀히 조사하는 것부터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넥슨이 손해 보는 거래를 한 것이 맞는지, 왜 그랬는지 등을 수사해 직무 관련성을 입증하는데 초점을 맞출 전망이다. 부동산 거래에 뇌물의 성격이 있었는지, 부동산 중개업자가 엄연히 거래에 참여했는데도 당사자 거래로 신고한 이유는 무엇인지 등도 조사 대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