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오전 8시45분쯤 제주시 연동의 한 성당에서 기도 중이던 김모씨에게 흉기를 휘두르고 달아난 중국인 C씨가 도주한 지 7시간 만에 경찰에 검거돼 이날 오후 6시40분쯤 제주서부경찰서에 들어서고 있다./사진=뉴스1

지난 17일 제주시 연동의 한 성당에서 60대 여성을 흉기로 수차례 찔러 살해한 중국인에 대한 형사처벌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경찰 조사에서 첸씨는 "불교신자였던 전 부인들에 대한 반감으로 성당에 가 마음의 안정을 찾고 싶었던 것"이라며 "기도하는 여성이 보이자 바람을 피우고 도망갔던 전 부인 2명이 생각나 홧김에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했다.

단순한 우발적 범행이었음을 주장하는 첸씨의 불분명한 살해 동기와 관련해 일각에서는 첸씨의 정신 병력을 의심하거나 이번 사건이 계획범죄 또는 청부 살인일지도 모른다는 의문까지 제기되는 상황이다.

◇ 첸씨의 정신 상태에 따라 달라지는 처벌 수위…경찰 "정신적 문제 없다"

경찰 조사에서 첸 씨는 정신과 치료를 받은 전력은 없다고 진술했다. 이와 관련해 제주서부경찰서는 "첸씨의 진술이 비교적 일관되고 조사 과정에서 정신적으로 큰 문제가 없어 보인다"며 "정신 감정은 계획하고 있지 않다"고 지난 19일 밝혔다.

범죄 사건에서 가해자의 정신 병력이 중요시 되는 이유에 대해 법 전문가들은 "범행 당시 가해자의 정신 상태에 따라 형이 달라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형사법 전문가인 김진우 변호사(법무법인 정향)는 "만약 피의자가 정신병 등 비자발적인 동기로 인해 사물을 변별할 능력이 없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없다는 사실이 밝혀지면, 피의자는 형법 제10조 제1항에 따라 처벌받지 않을 수 있다"며, "또 그런 의사 능력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일반인들에 비해 낮은 수준인 경우에도 같은 조 제2항에 의해 형이 가벼워진다"고 말했다.

이 같은 감형 또는 형 면제 가능성 때문에 수사 단계에서는 가해자의 정신 상태를 파악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 쟁점 중 하나라는 것이 김 변호사의 설명이다.

강성민 변호사(법무법인 청조)는 "가해자에게 정신병적 장애(심신장애)가 인정되면 형이 감경된다는 점을 악용해 고의로 범죄를 저지르고도 정신병 등의 심신 장애를 주장하고 보는 사례도 많다"며 피의자에 대한 정신 병력 확인과 정신 감정이 꼼꼼히 이루어져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 사건 전날에도 범행 장소 2차례 방문했던 첸씨, 계획범죄는 아닐까?

경찰은 첸씨가 사건 전날에도 범행이 일어난 성당에 2번, 또 다른 인근 교회에도 1번 찾아갔던 사실을 밝혀냈다. 때문에 경찰은 우발범죄라고 주장하는 첸씨의 진술에도 불구하고 계획범죄일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는 상황이다.

김진우 변호사는 "피의자의 주장에도 불구하고 경찰이 범행 장소의 사전 방문 등 여러 정황들을 이유로 계획적인 범행일 가능성에도 무게를 두는 것은 범행 계획성의 유무가 판결 시 형량을 결정하는 중요 요소 중 하나이기 때문"이라며 "계획적인 범행의 경우는 우발적인 범행보다 더욱 죄질이 좋지 않다고 판단돼 높은 형량이 선고된다"고 설명했다.

강성민 변호사는 "판사가 형을 선고할 때 법에 정해진 형과 감경 또는 면제 사유만을 고려하는 것은 아니며 판사는 대법원 양형위원회가 정한 양형기준에 따라 해당 사건에 적용되는 법에 정해진 형에서 감경 등을 한 '처단형'의 범위 내에서 정상을 고려해 범죄자의 형을 정한다"고 말했다.

원칙적으로 양형기준은 구속력이 없지만 법관이 양형기준을 이탈하는 경우 판결문에 양형이유를 기재해야 하기 때문에 합리적 사유 없이 양형기준을 위반할 수는 없다. 그러다보니 판사는 양형기준에서 정하고 있는 가중 또는 감경 사유까지 고려해 형을 선고하게 된다는 것이다.

계획적 살인의 경우는 양형기준에서 정하고 있는 형의 가중요소다. 그렇기 때문에 가해자는 자신의 형량을 낮추기 위해 일단 우발적 살인이었다는 주장을 하게 되기도 한다. 하지만 강 변호사는 "범죄 후 반성이 없는 경우(범행의 단순부인은 제외)도 형의 가중요소이기 때문에 우발적 살인이라는 주장을 하다가 반성의 기미가 없다고 인정되면 오히려 가중처벌을 받게 될 수 있다"며 "무작정 우발적 살인을 주장하면 오히려 피의자에게 독이 될 수 있음을 주의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 일각에서 주장되는 청부 살인 사건일 가능성…처벌 달라지나?

청부 살인 가능성에 대해 제주서부경찰서 강경남 형사 과장은 19일 한 매체에 출연해 "그럴 가능성은 낮다"고 말한 바 있다.

만약 이번 사건이 청부 살인이었다면 첸씨와 그를 사주한 제3의 인물도 함께 처벌하게 된다.

김진우 변호사는 "청부살인일 경우 살인을 지시한 자(교사범)와 직접 살인을 한 피의자(정범) 모두 살인죄로 처벌받는다"면서 "형법 제31조 제1항에 의해 교사범과 첸씨는 동일한 형으로 처벌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 변호사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교사범이 따로 있는 사건은 정범인 피의자의 자백이나 통화내역 등을 통해 교사범의 신원을 파악한 뒤 수사를 진행하게 되므로, 향후 경찰 조사 과정에서 첸씨에게 배후가 있다는 점이 확인되면 수사의 방향도 달라질 것이라는 관측이다.

한편, 강성민 변호사는 "살인을 교사한 자도 살인죄와 동일한 형으로 처벌하지만, 교사범도 경우에 따라 대법원 양형기준 상의 가중 또는 감경사유가 적용될 수 있어 구체적 사건에 따라 처벌의 정도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