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석 대통령비서실장 사진./사진=뉴스1

12·3 비상계엄 관련 내란·외환 혐의를 수사하는 '내란 특검팀'(특별검사 조은석)이 정진석 전 대통령실 비서실장, 박선원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을 불러 조사했다. 정 전 실장이 특검팀에 소환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박지영 특별검사보는 18일 서울고검 청사에서 열린 언론브리핑에서 "박 의원과 정 전 실장을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하고 있다"며 "정 전 실장은 고발된 사건이 있으나 오늘은 참고인 신분"이라고 밝혔다.

정 전 실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꼽힌다. 그는 국무위원이 아니지만, 비상계엄 선포 전 국무회의에 참석하기도 했다. 계엄 해제 전 합동참모본부 전투통제실 내 결심지원실에 있던 윤 전 대통령을 찾아가 만난 사실도 있다. 정 전 실장은 계엄 관련 증거를 없애고자 PC를 초기화했다는 의혹으로 시민단체로부터 고발당한 상태다.

박 특검보는 "이날 조사는 증거를 없애려고 해서 고발장이 제출된 것에 대한 내용은 이뤄지지 않는다"며 "또 계엄 당일 결심지원실에 갔던 상황에 대한 내용도 조사가 이뤄지지 않는다"고 했다. 이어 "현재 수사 중인 여러 사건이 있는데 이와 관련해서 참고인으로 조사하는 것"이라고 했다.

박 의원의 경우 조태용 전 국가정보원장의 직무유기 혐의에 대한 참고인 조사를 받았다. 조 전 원장은 윤 전 대통령의 계엄 선포 계획을 미리 알았음에도 국회 정보위원회에 보고하지 않은 혐의 등을 받는다. 박 의원은 계엄 당시 국회 정보위 여당 간사를 맡은 바 있다.

박안수 전 계엄사령관(전 육군참모총장)도 이날 참고인으로 조사를 받았다. 박 특검보는 "어떤 내용으로 조사 중이냐 하는 부분에 대해선 공개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아 양해해주길 바란다"고 했다.

외환 혐의와 관련해선 김용대 전 드론작전사령관을 조사했다. 북풍을 유도해 계엄을 위한 명분을 마련하려 했다는 평양 무인기 의혹과 관련, 피의자로서 조사받은 것이다. 다만 김 전 사령관 측은 이날 오전 취재진을 만나 "(무인기 작전과 관련) 잘못한 게 없다"며 "특검팀이 제시한 증거들이 위법으로 수집됐다고 문제제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특검팀은 김용현 전 장관에 대한 수사를 오는 19일 진행 예정이었다. 다만 김 전 장관 측이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며 특검팀의 방문 조사에만 협조하겠단 입장을 냈다. 박 특검보는 "우선 방문 조사를 안 하기로 했다"며 "협의를 통해 조사 일정을 다시 결정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문형배 전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SNS(소셜미디어)에 '이제라도 윤 전 대통령 구속취소 결정에 대해 항고를 해야 한다'는 제안에 대해 특검팀은 선을 그었다. 박 특검보는 "항고한다고 하더라도 이미 구속된 상태이기 때문에 실익이 없다"고 설명했다.

특검팀은 전날 비상계엄 당일 국가정보원에서 계엄사령부 인력 파견을 검토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국정원 실무자를 불러 조사했다고 전했다. 앞서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비상계엄 선포 시 ○○국 조치사항'이라는 제목의 문건을 공개하며 국정원이 계엄사에 인력 파견을 검토하고 활동 계획을 세운 사실이 있다고 했다. 문건엔 국정원 조사국 직원 80여명을 계엄사와 합수부에 파견하고, 중앙합동정보조사팀을 5개조 30여명으로 구성하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