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법원종합청사 /사진=뉴스1

송경동 시인(49) 등 시민들이 경찰서 유치장에 설치된 개방형 화장실과 CCTV(폐쇄회로TV) 탓에 인권을 침해당했다며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내 일부 승소 판결을 받았다.

서울중앙지법 민사25단독 하헌우 판사는 20일 송경동 시인 등 42명이 "인권 침해에 따른 위자료를 지급하라"며 국가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국가가 각각 10만원씩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

한진중공업 정리해고 철회를 위한 희망버스를 기획한 송경동 시인과 정진우 전 노동당 부대표(47) 등은 2013년 국가를 상대로 이 소송을 제기했다. 이들은 당시 "유치장 화장실에서 용변을 볼 때마다 수치심과 굴욕감을 느꼈고, 감시카메라 탓에 인권을 침해당했다"며 각각 50만원씩의 위자료를 청구했다.

법원은 3년여의 심리 끝에 이들의 손을 들어줬다. 하 판사는 "경찰서 유치장 개방형 화장실은 용변을 보는 사람의 얼굴이 다른 사람들에게 직접 보일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용변을 볼 때 발생하는 소리나 악취가 유치실 내로 직접 유입되도록 돼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 같은 화장실을 사용하는 사람들은 인간으로서 수치심과 당혹감 등을 느끼게 되고, 다른 사람이 용변을 보는 경우에도 불쾌감을 느꼈을 것"이라며 "국가가 이 같은 화장실을 사용하도록 강제한 행위는 인간으로서의 기본적 품위를 유지할 수 없도록 하는 인격권 침해에 해당해 정신적 손해에 따른 위자료를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유치장 내 CCTV 설치에 대한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하 판사는 "경찰서 유치장의 경우 한정된 인력으로 계호가 이뤄지는 등 제약이 많아 CCTV를 통해 유치인을 관찰하는 것이 적합한 수단"이라며 "이 같은 행위가 원고들의 인격권을 침해한 과도한 공권력 행사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