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한철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헌법재판관들이 29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변호사시험법 부칙 제1조와 제2조 등에 관한 헌법소원 사건 선고를 위해 자리하고 있다. 헌재는 이날 변호사시험법 부칙 제1조와 제2조 등에 관한 헌법소원 사건에서 재판관 5(합헌) 대 4(위헌) 의견으로 합헌 결정했다. 변호사시험법 부칙 조항 제2조는 '사법시험은 폐지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제1조는 '제2조는 2017년 12월31일부터 시행한다'고 정하고 있다. 따라서 이번 헌재 결정으로 별도의 입법을 하지 않는 한 2018년부터 사시제도는 폐지된다./사진=뉴스1

사법시험 존치를 위한 고시생 모임 학생들이 29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법시험 폐지' 합헌 결정을 내린 헌법재판소를 규탄하는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사진=뉴스1

헌법재판소가 29일 사법시험 폐지 규정에 대해 “헌법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헌재는 이날 오후 2시에 열린 선고에서 변호사시험법 부칙 제2조 '사법시험은 폐지한다'는 규정과 '부칙 제2조는 2017년 12월31일부터 시행한다'고 정한 제1조가 ‘합헌’이라고 결정했다.

'사법시험존치 대학생연합' 대표 정윤범씨를 비롯한 청구인들은 사시 폐지를 규정한 변호사시험법이 그 동안 사시를 준비해 온 학생들의 직업선택의 자유와 공무담임권, 평등권 등을 침해해 위헌이라며 헌법소원을 낸 바 있다. 헌재는 재판관 5:4의 의견으로 이들의 청구를 기각해 사시폐지가 헌법에 위배되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렸다.

따라서 관련법이 개정되지 않는한 사시는 예정대로 내년에 폐지될 운명에 처했다. 헌재의 합헌 판단으로 사시존치를 위해 활동하던 대한변호사협회와 서울지방변호사협회 등 변호사단체와 고시생 모임 등은 '사시폐지는 헌법상 기본권 침해'라는 기존 주장에 타격을 입게 됐다. 다만 이들은 국회를 통한 법개정만이 유일하게 남은 통로가 된 이상 입법노력에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 변시와 사시 병행 유지는 사법개혁 근본취지에 어긋나

헌재는 결정문을 통해 "사시를 폐지하고 변호사시험을 통해 법조인을 배출하도록 한 변호사시험법은 법학교육을 정상화하고 전문성과 국제 경쟁력을 갖춘 법조인을 양성해 보다 높은 수준의 법률서비스를 제공하고, 국가인력을 적재적소에 효율적으로 배치한다는 사법개혁의 목표를 달성하는 데 있다"며 "사시의 단계적 폐지는 이를 위한 적절한 수단"이라고 평가했다.

또 "사시를 폐지하고 변시제도를 도입하기로 한 것은 입법부와 사법부, 행정부는 물론 법조계와 법학계, 시민단체 등 거의 모든 이해관계인이 참여해 오랜 논의를 거쳐 도출해 낸 사법개혁의 결과물"이라며 사시를 병행 유지하는 것은 사법개혁의 근본취지에 어긋난다고 봤다. 법학교육 정상화와 국가인력의 효율적 배치를 위해선 예정대로 사시를 폐지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한편, 일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에서 입학전형의 불공정이나 교육과정의 부실 문제가 지적됐던 것과 관련해 헌재는 "지금은 로스쿨제도가 도입 취지에 맞게 제대로 운영되고 정착될 수 있도록 힘을 모아야 할 때”라며 8년차로 시행초기의 일부 로스쿨에서의 문제점을 전체의 문제로 볼 수는 없다고 평가했다. 다만 "로스쿨이 제 기능을 다하지 못한다면 그 때 가서 새로운 제도 개혁이 있어야 할 것"이라며 로스쿨 제도가 문제점을 개선해야 한다는 취지를 강조했다.

◇ 사시 준비생들도 로스쿨 입학해 변시 응시하면 법조인 될 수 있어

그동안 사법시험 준비생들을 비롯한 청구인들은 사시폐지로 법조인이 될 길이 막혔다고 주장해왔지만 헌재는 이를 인정하지 않고 로스쿨 입학으로 충분히 길이 열려 있다고 반박했다.

특히 2009년 5월 28일 변호사시험법을 제정하면서 입법적으로도 사시 준비생들의 신뢰를 보호하기 위해 이미 2017년까지 8년간의 유예기간을 뒀기 때문에 사시 수험생들의 '신뢰훼손' 주장은 이유가 없다는 결론이다. 오히려 사시를 예정대로 폐지하지 않고 유지한다면 로스쿨과 로스쿨 학생들의 신뢰를 해치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지적했다.

헌재는 "사시 준비생들도 로스쿨에 입학해 소정의 교육과정을 마치고 석사학위를 취득하면 변시에 응시해 법조인이 될 수 있다" 며 사시 폐지로 법조인이 되는 길이 막히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