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시험 폐지 합헌 결정이 내려진 29일 오후 서울 관악구 대학동 법문서적에서 고시생들이 책을 보고 있다. 이날 헌법재판소는 변호사시험법 부칙 제1조와 제2조 등에 관한 헌법소원 사건에서 재판관 5(합헌) 대 4(위헌) 의견으로 합헌 결정했다. /사진=뉴스1

헌법재판소가 지난 9월 29일 변호사법 부칙에 규정된 '2017년 12월 31일 사법시험 폐지'에 대해 "헌법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이로써 사법시험은 원래 예정됐던 대로 폐지 수순을 밟게 됐다. 그 결과 2017년부터 더 이상 사시는 치러지지 않게 됐다.

법조계는 대체로 "예상했다"는 반응이지만, 일부 대한변호사협회 등 일부 법조단체들은 헌재의 결정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반대 입장을 드러내 한동안 법조계 내부적으로도 진통이 있을 전망이다.

◇폐지 찬성측 "이제는 로스쿨 안착을 위해 화합해야 할 때, 더는 분쟁 없기를…"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출신 법조인들의 단체인 한국법조인협회(회장 김정욱)는 헌재 선고가 있은 뒤 곧바로 성명을 발표해 헌재 판단에 환영하는 입장을 밝혔다.

한법협은 "이번 헌재 판결은 로스쿨제도와 변호사시험제도를 도입한 이상 사시제도를 병행해 유지하는 것은 사법개혁의 취지에 어긋난다는 것을 재확인한 것"이라며 "새로운 법조인 양성 시대를 맞아 한법협과 로스쿨 출신 법조인들이 사법개혁을 위해 전념한다면 반드시 국민이 신뢰하고 국제 경쟁력을 갖춘 법조인 시대가 열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찬희 변호사(법무법인 정률) 역시 "사시와 로스쿨을 병행하는 것은 국가와 법조계 모두에게 바람직하지 않다는 뜻에서 결정된 것이지, 결코 현재의 로스쿨제도가 완벽하다는 의미는 아니다"며 "이제는 그동안 사시존폐 논란 중 제기됐던 로스쿨제도의 문제점들을 개선하고 보완해 발전 시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또 "앞으로 로스쿨출신 변호사가 다수가 된다 하더라도 법조계에 대한 국민의 신뢰에 부합하려면 과거를 깨끗하게 잊고 화합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며 "변호사는 출신이 어디냐와 관계없이 인권을 옹호하고 정의를 실현하는 것이 사명인 만큼 무엇이 옳은 것인지, 무엇이 상생하는 길인지를 먼저 생각해 진정한 화합으로 나아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현우 변호사(법률사무소 현율)는 "사시제도와 로스쿨제도는 각자의 장단점이 있는 개별 제도로 어떤 제도의 옳고 그름을 따질 수 없는 문제"라며 "국민의 대표인 국회에서 오랜 토론을 거쳐 법조개혁의 시작인 로스쿨제도로의 전환이 결정된 만큼 로스쿨제도에 대한 충분한 사회적 합의가 있었다는 것이고 금번 헌재의 합헌 판단 또한 이와 같은 맥락"이라고 평가했다.

정 변호사는 "어떤 제도든 시행초기에는 어려움과 장애가 있을 수밖에 없지만 그간 함께 제도 안착을 위해 노력하기보다는 오히려 변호사회 내부에서도 외부에서 보기 싫을 정도로 집안싸움만 하는 형국이었다"는 점을 지적하며 "이번 헌재 결정을 계기로 이제는 그간의 무의미한 반목과 상호비방을 종식하고 변호사가 국민에게 앞으로 어떻게 다가설 수 있을지 고민하는 통합의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폐지 반대측 "아직 국회 차원에서 사시 부활될 가능성 남아있어…"

사법연수원 출신 법조인들로 구성된 대한법조인협회(회장 최건)는 지난달 30일 보도자료를 통해 이번 헌재 결정에서 9명 중 4명이나 되는 재판관들이 위헌 의견을 냈다는 점을 강조했다.

대법협은 "이번 헌재결정은 ‘현행 변호사시험법 부칙이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는 의미일 뿐, 이 결정으로 사시가 폐지되는 것은 아니다"며 "변호사시험법 부칙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결정과는 별개로, 앞으로 사법시험을 존속시킬 것인지 여부는 온전히 입법정책의 문제"라며 여전히 국회 차원에서 사시가 부활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줄곧 사시 폐지에 반대하는 입장을 비춰 왔던 대한변호사협회(협회장 하창우) 역시 이번 결정에 큰 아쉬움을 드러냈다.

대한변협 대변인은 머니투데이 더엘(the L)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하창우 협회장의 말을 대신해 "헌재 재판관 9명 중 4명이 위헌으로 판단한 것은 의미가 크다"며 "이를 사시 존치에 찬성하는 국민 80%의 의견과 합쳐보면 사시 존치의 필요성은 여전히 인정된다"고  주장했다.

하 협회장은 또 "내년 2월 사시 1차 시험이 있기 때문에 현재 국회 법사위에 계류 중인 사법시험존치 관련 3개 법안이 연내 국회를 통과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하며 여전히 내년에도 사시 1차 시험이 치러질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드러냈다. 관련 법령에 따라 내년 사시 1차는 치러지지 않고 2차만 1회 남아 있는 상황이다.

한편, 변협과 함께 사시존치 활동을 계속하고 있는 서울지방변호사회는 사시 폐지 합헌 결정에 관해 대외적으로 공표할 입장이 없다며 말을 아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