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행정법원/사진=뉴스1

재개발 지역으로의 전입신고를 구(區) 내부지침만을 근거로 거부할 수는 없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1부(부장판사 호제훈)는 조모씨가 "주민등록전입신고 수리거부 처분을 취소해 달라"며 서울시 강남구 개포4동장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승소로 판결했다고 20일 밝혔다.

조씨는 지난해 9월 서울시 강남구 개포4동장에 전입신고를 했다. 그는 "30여년 전부터 지금까지 서울 강남구 개포동에 거주하고 있는데 2014년 10월 사업상 이유로 주민등록을 서초구 방배동으로 옮겼다"며 "배우자와의 갈등 문제로 다시 주소를 전입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개포4동장은 조씨의 신고를 거부했다. 동장은 "조씨가 전입하려는 재건마을 지역은 무허가 건물 확산방지와 무허가 판자촌 개발 관련 보상을 노린 투기가 우려되는 지역이어서 '재건마을 전입신고 처리기준'에 따라 주민등록 전입을 제한하고 있다"며 "조씨가 기준에 따른 전입신고 수리대상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에 불복한 조씨는 법원에 행정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주민등록법상 요건과는 무관한 처리기준만을 근거로 전입신고를 거부할 수는 없다"며 "동장의 처분이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개포4동장이 전입신고 거부 근거로 내세운 처리기준의 내용은 원칙적으로 재건마을로의 전입신고 자체를 거부하되 예외적으로 전입신고를 받아줄 수밖에 없는 일정한 경우를 상정해 이 경우에만 세대원으로 전입하는 것을 허용하겠다는 것이다"며 "주민등록법상 관할관청의 전입신고 심사 대상인지를 검토해 수리여부를 결정한다는 것이 아니다"고 밝혔다.

강남구 내부지침인 처리기준은 '재건마을은 정비대상인 무허가 마을로서 주거지역과 같은 방법으로 주민등록 전입신고를 수리할 수 없지만 주민등록이 돼 있는 실거주자가 혼인 및 출산으로 인해 배우자나 자녀를 전입신고할 경우 학교·직장·병원·군복무 등 필수불가결한 사유로 전출했다가 원인해소로 재전입할 때 세대원으로만 전입신고를 수리한다'는 내용이다.

재판부는 '조씨가 해당 주소에 거주하지 않아 전입신고를 거부했다'는 개포4동장의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전입신고 거부 처분서에는 조씨가 해당 주소에 거주하지 않아 주민등록법상 신고 요건이 결여됐다는 취지의 사유가 기재돼 있지 않은데다 조씨가 이 주소에 거주하고 있지 않다거나 거주할 목적으로 전입한 것이 아니라고 인정할 만한 증거도 없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