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박근혜 대통령 퇴진 등을 요구하는 주말 도심 집회 참가자들이 청와대 방향으로 행진하는 것을 재차 허용했다. 다만 일부 경로에 대해서는 제한을 뒀다.

서울행정법원 행정4부(부장판사 김국현)는 이날 '박근혜 정권 퇴진 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이 "청와대 인근 구간 행진에 대한 경찰의 조건통보 처분을 취소·집행정지해 달라"며 종로경찰서장 및 서울지방경찰청장을 상대로 낸 가처분 신청을 일부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해당 집회는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대한 우려에서 비롯된 기존 집회들과 같은 연장선상에 있다"며 "과거 집회들이 평화롭게 진행된 점, 그간 집회 참가인들이 보여준 성숙한 시민의식 등에 비춰볼 때 이번 집회도 평화적으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히고 율곡로까지는 지난주와 같이 허용했다.

그러면서 "해당 집회의 목적상 그 장소가 중요한 의미를 지니는데, 지난 12일 가처분 신청을 통해 허용된 율곡로와 사직로에서의 집회도 평화롭게 종료됐다"며 "교통불편이 예상되지만 집회의 자유를 보장함으로써 받아들여야 할 부분이다"고 설명했다.

다만 재판부는 "넓은 도로에서 좁은 도로로 진입하게 되는 지점은 병목현상이 발생하고 안전사고의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며 청운효자동 주민센터 앞까지 행진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어 "서촌 방향인 서울정부청사 창성동 별관 인근과 북촌 방향인 재동초등학교 인근 행진은 오후 3시부터 5시30분까지 제한적으로 허용한다"고 밝혔다.

앞서 퇴진행동은 19일 서울과 지방 55개 지역에서 '모이자! 광화문으로! 밝히자! 전국에서! 박근혜 퇴진 4차 범국민행동'을 연다고 밝혔다. 퇴진행동은 이날 서울에서만 50만명, 전국적으로는 100만명이 모일 것으로 내다봤다.

경찰은 지난 17일 주최 측의 행진 신고에 "내자동 로터리와 율곡로 남단 앞쪽까지만 허용한다"고 조건통보를 내렸다. 주최 측이 요구한 지점보다 청와대로부터 50~100m 더 떨어진 곳이다.

이에 주최 측은 전날 법원에 "옥외집회 금지통고 처분을 취소해 달라"며 소송을 내고, 이 소송에 대한 1심 선고가 나올 때까지 그 효력을 정지해 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함께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