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정신대 할머니와 시민단체 회원들이 지난해 6월 광주고등법원 앞에서 미쓰비시 중공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 항소심에서 승소한 후 만세를 외치며 기뻐하고 있다. 기사 내용과 사진은 무관함. /사진=뉴스1

일제 강점기 군수기업 후지코시에 강제 동원됐던 근로정신대 피해 할머니들에게 이 회사가 1억원씩을 배상해야 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9부(부장판사 이정민)는 23일 김옥순(87)·박순덕(84)·오경애(86)·이석우(86)·최태영 할머니(87)가 후지코시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후지코시가 피해자 1인당 1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후지코시 탓에 할머니들이 심한 정신적 고통을 입었다는 점은 분명하다"고 판단했다. 이어 "일본은 중일전쟁과 태평양전쟁 등 불법적 침략전쟁의 수행 과정에서 군수사업체 등에 필요한 인력을 확보하기 위해 계획을 세워 조직적으로 인력을 동원했다"며 "후지코시는 이 같은 일본 정부의 인력동원 정책에 편승해 인력을 확충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피해 할머니들은 당시 만 12∼15세의 어린 여성들이었는데도 가혹한 환경에서 위험한 업무에 종사했다"고 설명했다.

피해 할머니들은 지난해 4월 후지코시를 상대로 1인당 1억원씩 총 5억원의 정신적 위자료를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후지코시는 일제강점기 어린 소녀들에게 '일본에 가면 공부도 가르쳐 주고 학교도 보내준다'고 속인 뒤 일을 시킨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재판 과정에서 한 피해 할머니는 직접 법정에 나와 "월급을 받은 적이 없고, 아침에 주먹밥 하나, 점심·저녁에는 빵을 하나씩 먹으면서 일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하기도 했다.

한편 서울중앙지법은 2014년 10월 후지코지사에 강제 동원됐던 근로정신대 피해 할머니 13명 등이 이 회사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피해자 1인당 8000만∼1억원을 배상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한 바 있다. 이 소송은 현재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