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대한변호사협회 임시총회./사진=머니투데이 더엘 송민경 기자

제49대 대한변호사협회 집행부 선임안이 가까스로 가결됐지만 과정에서 갈등이 더욱 본격화됐다.

대한변협은 지난 7일 서초동 변호사교육문화관에서 임시총회를 열고 지난 정기총회때 부결됐던 제49대 임원 선임안이 찬성 209표, 반대 161표로 가결됐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대의원 변호사들이 둘로 나뉘어져 갈등이 한층 심화됐고 의장이 퇴장하자 총회를 진행하기 위한 임시의장을 선출하는 등 어려움이 있었다.

총회가 시작한 후 변협 사무국 측에서는 “이번 임원 선임안은 협회장이 부협회장, 상임이사, 이사를 회칙에서 정한 수 이내로 추천하는 경우에 해당해, 의결권 대리 행사가 가능한 총회의 결의로 임원 선임을 할 수 있다”고 발표했다. 이는 지난 정기총회때 의결권 대리 행사가 불가능하다고 말한 것과는 정반대되는 내용이었다.

이에 조동용 총회의장(강원지방변호사회 회장)은 “임원 인선에 관한 것은 반드시 투표로 하기로 돼 있다”며 “여기엔 위임장은 인정 안 되고 재석한 대의원이 213명이 넘어야만 가능하다”고 말했다. 변협측이 의결권 대리가능을 선언했음에도 불구하고 지난 정기총회때 세웠던 본인의 입장을 재확인하는 발언이었다.

그러자 장내가 시끄러워지기 시작했다. 발언권을 얻은 한 대의원은 “총회 결의로 가능한데 조 의장은 왜 투표를 주장하냐”며 반발했다.

이때 조 의장은 다시 대의원 출석 숫자를 집계하라고 한 후 결과가 나오자 “총회에 참석한 대의원의 숫자가 138명인데 이는 대의원의 과반인 213명에 못 미치기 때문에 임원 선임안을 통과시킬 수 없다”며 폐회를 선언했다.

7일 대한변호사협회 임시총회에서 몸싸움이 벌어졌다./사진=머니투데이 더엘 송민경 기자

7일 대한변호사협회 임시총회에서 몸싸움이 벌어졌다./사진=머니투데이 더엘 송민경 기자

폐회를 선언하고 빠져나가는 조 의장을 막아서는 과정에서 조 의장을 지지하는 세력과 반대하는 세력 그리고 변협 직원들 사이에 몸싸움이 벌어졌다. 조 의장은 무사히 빠져나갔으나 물리적으로 충돌했던 이들은 서로 복도에서 고성을 지르며 한동안 실랑이가 벌어졌다.

가까스로 장내가 진정되자 김현 협회장이 나서서 “조 의장이 나가버린 것은 자신의 권한을 스스로 포기한 것과 같다”면서 “조 의장을 대신할 임시의장을 뽑아 총회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그러자 한 대의원이 “폐회 선언이 있었는데 무슨 임시의장을 뽑냐”고 항의했다. 이때부터는 장내에서도 고성이 오갔다. “현재는 총회의장이 사고나 궐위한 상황이 아니고 대의원도 아닌 분이 의사진행을 하고 있는데 이는 명백한 규칙위반”이라고 주장하는 대의원들의 목소리도 커졌다.

그러자 김현 협회장 측은 조 의장의 폐회선언은 정당한 폐회선언이 아니라며 본인이 의장을 대행해 임시의장을 뽑아 안건을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일부 대의원들은 박수를 쳤다.

임시의장을 뽑는 것에 대해 반대하는 발언이 계속되자 백승재 변호사(전 한국사내변호사회장)는 “이런 갈등이 대의원 총회에서 있어서는 안 된다”며 “총회의장이 정당하지 않게 폐회 선언하고 본인의 임무를 방기하고 퇴정했기 때문에 협회장이 대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협회장의 직무는 임시총회의장을 선출하는 것이고 임시 의장이 주재해서 안건 임원 선임안을 통과시키는 것이 좋은 방법이란 주장이다.

강훈 변호사(법무법인 바른)/사진=머니투데이 더엘 송민경 기자

김현 협회장의 진행으로 임시 총회의장에 강훈 변호사가 추천됐고 대의원의 박수를 받아 임시의장이 됐다. 이때 반대하는 대의원 측은 임시 총회의장이라 하더라도 투표가 아닌 박수로 선출하는 건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강훈 변호사는 “여러분이 하고 있는 모든 행동들은 언론이 지켜보고 있다”면서 “법에서 가장 중요한 기초는 다수결”이라고 강조하며 임시총회를 진행해 나갔다.

강 변호사가 “이사회 임원 선임안을 의안으로 삼아 의결하고자 한다”며 “여기엔 위임받은 대리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말하자 다시 이에 반대하는 대의원들의 목소리가 쏟아졌다. “총회 의결 무효 사유다”, “저번(정기총회)엔 대리권 행사 안 된다더니 이번엔 왜 되냐” 등의 발언이 이어졌다. 

일부에선 반말도 나왔다. “좀 앉아라”, “안 보인다” 등의 발언에 일부 서 있던 대의원들은 “자리 옮기세요” 등으로 응수하며 말싸움을 하기도 했다.

이때 어떤 대의원은 “임원 선임안에 반대하시는 분들은 표결로 하자는 쪽이 있는 것 같은데 위임장에 따른 대리권을 행사할 수 있는지는 법률적 해석을 들어야 할 것”이라며 “가능하면 표결로 해서 정당성을 얻었으면 좋겠다”고 발언했다. 이어 다른 경기 중앙회 소속 대의원은 “안건에 대한 토의가 아니라 감정에 의한 대립이 이어지고 있는데 자제해야 한다”며 “대한 변협은 중요한 시기에 있고 오늘 반드시 임원 선출이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임시의장을 맡은 강 변호사는 임원 선임안에 대한 거수 투표를 시행하겠다며 “위임은 일어나서 거수, 그 외에는 앉아서 거수해 달라”고 말했다. 그러자 “이걸 누가 인정하겠냐”, “꼭 이렇게 시작해야 하냐” 등 반발의 목소리가 반복됐다. 한 대의원은 “불법으로 임시의장을 정했다”며 “현재 조 의장이 다시 오고 있는 걸로 아는데 꼭 이렇게까지 해야 하냐”고 항의했다.

7일 대한변호사협회 임시총회에서 거수로 투표 중인 대의원 변호사들. /사진=머니투데이 더엘 송민경 기자

거수와 집계 중에는 “총회가 왜 이렇게 됐냐” 등 동료 변호사들끼리 현장 상황을 한탄하는 대화가 오가기도 했다. 일부에선 “제대로 다 안 세고 집계했다”, "변협 직원들이 세는 걸 믿을 수 없다"는 등 반발도 이어졌다. 이어서 강 임시의장은 “반대표를 던진 변호사들이 의결권 위임 현황을 말을 해주지 않아서 세지 못했다고 하니 말해 달라”고 발언했고 이에 대한 반발이 계속되고 있는 동안 조 의장이 다시 총회장으로 들어섰다.

조 의장이 돌아온 것에 대해 일부는 박수를 치며 환영했다. 반대로 “못 올라간다”, “자격 없다.” 등의 목소리도 나왔다. 의장석에 강 임시의장이 앉아있어 자리에 앉지 못하자 단상 앞으로 나선 조 의장은 “앞으로 대한 변협을 어떻게 만들거냐”면서 “언제까지 박수로 총회 할 거냐”고  비판했다. 그러자 이에 찬성하는 대의원들과 반대하는 대의원들의 목소리가 섞여 장내가 더욱 시끄러워졌다.

조 의장이 “임시의장이 한 것은 모두 무효이며 폐회를 선언한다”고 재차 발언하기까지 했지만 강 임시의장은 계속 진행해 나갔다. 거수 투표 결과, 현장 출석하지 않은 대의원들의 위임장을 포함해 임원선임안에 대해 209표가 찬성, 161표가 반대함에 따라 박수와 함께 안이 통과됐다.

임시총회가 끝나자마자 양측은 기자들과 변호사 회원들에게 메일을 통해 향후 법적 충돌을 예고했다. 조동용 의장측은 "조만간 총회결의부존재확인소송 및 임원직무집행정지 가처분을 제기할 예정"이라며 "협회장이 총회규정을 무시하고 임시의장을 선출하고, 임원선출안을 졸속 처리한 불법을 자행한 데 대하여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반면 변협은 "조 의장이 규정을 무시하고 권한을 남용했고 의사봉을 부러뜨리는 등 총회진행을 방해했다"며 징계검토에 착수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