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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판례氏]만취자 촛불 켠 방에 뒀다 화재死…책임은?

[the L] 잠결에 촛불 발로 차 화재…"예견 가능, 조심했어야"

편집자주[친절한판례氏]는 중요하거나 의미있는 과거 판례를 더엘(the L) 독자들에게 최대한 쉽고 친절하게 소개해 드리는 코너입니다.

삽화=임종철 디자이너

다른 사람을 일부러 죽게 하면 형법상 살인죄(제250조)로 처벌된다. 하지만 사람을 죽이려던 생각, 즉 살인의 '고의(故意)' 없이 실수로 사람을 죽게 만들면 과실치사(過失致死)죄가 인정될 수 있다.

 

여기서 '과실'이란 주의의무를 위반한 잘못을 말하는데, 이런 주의의무는 결과 발생에 대한 예견가능성이 있었을 것을 전제로 한다. 누구도 예측할 수 없던 불의의 사고에 대해서는 조심을 했어야 하는 주의의무도 발생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과실치사죄에서 예견가능성과 주의의무 유무를 판단한 대법원 판례(94도1291)가 있어 소개한다.

 

학교 친구들인 A씨와 B씨, C씨는 함께 술을 마셨다. 그러다 C씨는 만취해 의식이 없는 지경이 됐고, A씨와 B씨는 이런 C씨를 부축해 학교 선배인 D씨의 자취집으로 갔다.

 

A씨와 B씨는 취한 C씨를 눕혀 이불을 덮어준 뒤 촛불을 켜 마분지로 된 양초갑 위에 양초를 놓아둔 채 방 밖으로 나왔다.

 

그날 밤 이들이 켜 두고 나온 촛불로 인해 D씨의 자취집에는 불이 났고, 자느라 미처 빠져나오지 못한 C씨는 그 자리에서 사망했다.

 

검찰은 A씨와 B씨를 실화(失火)와 과실치사 혐의로 기소했다.

 

재판 과정에서는 A씨와 B씨가 방 안에 촛불을 켜두고 잠자는 C씨를 혼자 두고 나온 행위로 인해 C씨가 사망했다고 볼 수 있는지 여부가 쟁점이 됐다.

 

대법원은 A씨와 B씨에게 과실치사죄가 인정된다고 봤다. 이들에게 잘못이 있었고, 그런 부주의로 인해 C씨가 사망했다고 판단한 것이다.

 

법원은 A씨와 B씨가 켜 둔 촛불이 이불을 덮고 자고 있던 C씨의 발 근처에서 약 70~80cm밖에 떨어져 있지 않았던 점에 주목했다.

 

재판부는 "A씨와 B씨로서는 당시 촛불을 켜놓을 별다른 사정이 없었음에도 촛불을 켜놓았다"면서 "당시 이들 외에는 달리 C씨를 돌봐줄 사람도 없었던 상황에서 술에 취한 C씨가 정신없이 몸부림을 치고 자다 발이나 이불자락으로 초를 건드려 넘어뜨릴 수 있다는 점은 충분이 예상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또 "촛불이 넘어지면, 불이 이불이나 비닐장판 또는 벽지 등에 옮겨 붙어 화재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고, 또 화재가 발생하면 만취 상태에 있던 C씨가 이에 대처하지 못한 채 사망할 수 있다는 점 역시 누구나 예견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봤다.

 

그렇기 때문에 이런 상황을 예상하고도 술에 만취한 사람을 혼자 방에 두고 나오면서 촛불을 끄거나 양초갑 위에 세워둔 초가 쉽게 넘어지지 않도록 적절한 안전 조치를 하지 않은 A씨와 B씨는 안전에 대한 주의의무를 다하지 않아 C씨를 사망케 했다고 봄이 타당하다는 것이 법원의 판단이었다.

 

안전 주의의무를 위반한 A씨와 B씨에게는 자취집에 불이 나게 한 부분과 그로 인해 C씨가 죽게 된 부분에 모두 책임이 있고, 고의적이지 않았던 이번 사고는 과실로 인한 화재 발생인 형법상의 △실화죄와 과실로 사람을 죽게 한 때에 성립되는 △과실치사죄가 모두 성립한다는 취지다.

 

 

◇ 판례 팁 = 형법 제170조에서 규정하고 있는 ‘실화죄’는 과실로 현주건조물(형법 제164조) 이나 공용건조물(제165조)을 연소(燃燒)시키거나, 일반건조물(제166조) 등에 있던 물건을 불에 타 훼손시킨 사람에게 성립되는 죄다.

 

특이한 점은 우리 형법이 과실손괴죄, 즉 실수로 다른 사람의 물건을 손괴한 경우는 처벌하지 않고 있음에도 실수로 불을 낸 경우는 실화죄로 다루고 있다는 부분이다.

 

 

◇ 관련 조항

- 형법

제170조(실화) ① 과실로 인하여 제164조 또는 제165조에 기재한 물건 또는 타인의 소유에 속하는 제166조에 기재한 물건을 소훼한 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제267조(과실치사) 과실로 인하여 사람을 사망에 이르게 한 자는 2년 이하의 금고 또는 7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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