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미 헌법재판소 소장 권한대행이 2017년 3월10일 오전 서울시 종로 재동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를 주재하고 있다./사진=뉴스1

가축전염병 예방법에 규정된 보관관리인이 화주에게 비용을 청구할 때 동물검역기관의 장의 승인을 받도록 규정하고, 만약 보관관리인이 이를 위반해 부당하게 비용을 징수할 경우 보관관리인의 지정을 취소하도록 하는 규정이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결정이 나왔다.

헌법재판소는 지난달 27일 청구인 A씨가 가축전염병 예방법 제43조 제3항 제3호 등의 조항에 대해 청구한 헌법소원 사건에서 전원일치로 해당 조항들이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는 결정을 내렸다.

지정검역물이란 수출입시 검역을 반드시 거쳐야 하는 물건으로 농림축산부령으로 정하는 물건을 말한다. 이러한 물건의 수출입을 위해선 지정된 검역시행장에서 검역관리인의 검역을 받아야 한다.

국가가 직접 운영하는 동물검역기관의 검역시행장에서 검역이 이뤄질 때 동물검역기관의 장은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경우 보관관리인을 지정할 수 있다. 보관관리인은 검역본부 검역 창고의 관리와 검역물의 입출고 조작 등 일체의 관리를 담당한다. 화주는 임의로 보관창고를 지정할 수 없기 때문에 보관관리인은 독점적 지위를 갖게 된다.

헌재는 '부당한 비용'을 받으면 보관관리인 지정을 취소할 수 있는 조항에 대해서 “보관관리인의 독점적 지위 남용을 근절해 검역체계의 혼란을 방지하고 검역시행장에서의 비용징수에 관한 신뢰성과 공공성을 확보하고자 한 것”이라며 문제가 없다고 봤다. 또 보관관리인 지정이 취소된 이후 3년이 경과되면 다시 업무를 수행할 수 있기 때문에 침해의 최소성 원칙에도 위배되지 않는다고 봤다.

A씨가 보관관리인이 징수할 수 있는 비용의 의미와 범위가 불명확하다고 주장한 이 사건 비용조항에 대해 헌재는 "전문성을 갖추고 있는 보관관리인으로서는 구체적인 의미를 충분히 예측할 수 있도록 규정돼 있다"며 "명확성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편 이 사건을 청구한 A씨는 농림축산검역본부로부터 지역본부 구내창고의 축산물 보관관리인으로 지정됐다. 그런데 A씨는 2013년 3월부터 11월까지 개정된 요금표에 따라 2.8% 인상된 출고상차료를 화주로부터 징수하면서 검역기관의 승인을 받지 않았다.

이에 검역기관은 2014년 2월 A씨가 가축전염예방법 제43조에 의거해 승인을 받지 않고 검역물 관리에 필요한 비용을 징수했다는 이유로 보관관리인 지정을 취소했다.

그러자 A씨는 보관관리인 지정취소 처분 취소를 구하는 소를 제기하고 위헌법률심판제청을 신청했으나 2014년 8월 기각되자 2014년 9월 헌법소원을 청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