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 대법원./사진=뉴스1

한정식집을 운영하면서 중국산 부세를 사용해 만든 음식에 원산지를 국내산 굴비라고 적은 50대 남성이 사기죄에 따른 처벌을 면하게 됐다.

대법원 3부(주심 박보영 대법관)는 농수산물의 원산지 표시에 관한 법률 위반과 사기죄 혐의로 기소된 유모씨에게 징역 10월에 집형유예 2년과 벌금 천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청주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18일 밝혔다.

2009년 11월부터 유명 한정식집을 운영해 온 유씨는 임씨와 함께 2013년 1월부터 메뉴판에 소고기, 돼지고기 등의 원산지를 사실과 다르게 기재해 음식을 팔면서 고객들을 속여 1억9천만원을 챙긴 혐의를 받았다. 특히 전남 영광군 법성포에서 굴비처럼 가공한 중국산 부세를 국내산 굴비라고 원산지 표시를 한 후 사용해 문제가 됐다.

판결은 원산지에 관한 기망(속인 것)과 손님들의 식당 이용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는지 여부에 따라 갈렸다. 1심 재판부는 사기죄의 인과관계를 인정하고 “소액의 벌금형 등 동종 범행을 저지른 전력이 있지만, 기망행위의 정도가 약하다”며 유씨에게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과 벌금 천만원을, 주된 행위를 한 그의 동업자 임모씨에게는 징역1년에 집행유예 2년과 벌금 천만원을 선고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항소를 모두 기각해 1심 선고를 유지했다.

그러나 유씨의 상고에 대한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유씨가 손님들에게 영광굴비가 맞느냐는 질문을 받은 경우 중국산 부세를 전남 영광군 법성포에서 가공한 것이라고 대답한 것에 주목해 사기죄 부분을 인정하지 않는 취지로 원심 판결을 파기했다.

대법원 재판부는 “손님들이 메뉴판에 기재된 국내산이라는 원산지 표시에 속아 식당을 이용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인과관계를 부정하고 “원심의 판단에는 사기죄의 인과관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고 판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