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추상철

윤석열 전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 관련 의혹을 수사할 김건희 특검팀(특별검사 민중기)이 기존 수사기관의 불기소 결정을 뒤집을 수 있을지를 두고 관심이 모인다. 서울고검 재수사 과정에서 핵심 물증이 발견돼 새로운 국면을 맞이한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처럼 특검이 묻혔던 사건을 다시 꺼내 정반대 판단을 내릴 가능성이 거론된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김건희 특검팀이 수사할 사건 총 16개 중 검찰은 2023년과 2024년 각각 △코바나컨텐츠 뇌물협찬 의혹 △명품가방 수수 의혹에 대해 혐의가 없다고 판단, 불기소 결정을 내렸다. 아울러 양평공흥지구 인허가 특혜 의혹에 대해선 경기남부경찰청이 2023년 5월 김 여사의 모친 최은순씨를 불송치, 김 여사는 각하 처분을 내렸으나 현재 해당 사건이 재고발돼 다시 수사 중이다.

뇌물협찬 의혹은 김 여사가 대표로 재직한 코바나컨텐츠가 2015년 이후 기업들의 형사사건 무마를 대가로 4개 전시회에 대한 협찬을 받았다는 내용이다. 기업들이 협찬한 시기와 윤 전 대통령이 국정농단 특검 수사팀장, 서울중앙지검장 등을 역임한 시기가 겹치면서 당시 수사대상이었던 기업들이 대가성 협찬을 했다는 것이 의혹의 골자다.

당시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부장검사 김영철)는 2023년 3월2일 이 사건과 관련해 김 여사, 윤 전 대통령 등을 증거불충분 등의 이유로 무혐의 처분했다. 부정한 청탁의 목적으로 협찬금을 제공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증거가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이 과정에서 검찰은 김 여사를 대상으로 두 차례 서면조사를 했을 뿐 포렌식이나 소환조사는 실시하지 않았다.

당시 수사팀 관계자는 "협찬 방식이 마케팅 부서와 회사 실무자 협상을 거쳐 공식적으로 추진됐다. 형사사건 등 직무 관련 대가성이 있는 협찬금이라고 판단할 근거가 없었다"며 "수사 과정에서 증거가 얼마나 확보됐는지 등에 따라 다 다른 것이지, 일률적으로 강제수사를 하거나 출석조사를 진행하진 않는다"고 말했다.

(서울=뉴스1) 구윤성 기자 = 최재영 목사가 4일 오전 서울 서초경찰서에서 스토킹 혐의로 피고발인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최 목사는 2022년 6월 부터 김건희 여사에게 10여 차례 만남을 요청하고 명품가방 등을 전달하는 장면을 몰래 촬영한 혐의를 받고 있다. 2024.7.4/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구윤성 기자

김 여사는 명품백 수수 의혹에 대해서도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코바나컨텐츠 사무실에서 최재영 목사에게 300만원 상당 명품가방을 받는 장면이 서울의소리를 통해 공개됐고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 등으로 고발됐지만,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부장검사 김승호)는 직무관련성이나 대가성을 인정할 수 없다며 지난해 10월2일 불기소 결정했다.

당시 수사팀은 명품가방은 김 여사와의 우호적 관계를 유지하거나 접견 기회를 얻기 위한 수단이라고 봤고 청탁금지법상 공직자 배우자에 대한 처벌규정이 없어 김 여사를 처벌할 수 없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의 신고의무도 발생하지 않는다고 봤다.

불기소 결정에 앞서 김 여사(불기소)와 최 목사(기소)에 대한 수사심의위원회가 각각 엇갈린 결론을 내렸고 결국 검찰은 두 사람 모두 불기소하기로 결정했다. 당시 수사팀 관계자는 "이번 결정이 국민 법감정에 맞지 않는다는 의견이 있을 수 있지만 공소 유지와 입증 책임을 지는 수사팀이 법률가의 직업적 양심에 따라 내린 결론"이라고 밝혔다.

해당 의혹을 고발한 서울의소리 측은 검찰의 결정에 불복해 항고했고 이 또한 서울고검이 기각하자 재항고했다. 현재 재수사 여부는 대검찰청이 결정하게 돼 있지만 특검이 곧 사건을 이첩받아 수사 재개 여부를 결정할 가능성이 높다.

김 여사는 양평 공흥지구 개발특혜 의혹도 받았지만 경기남부경찰청이 2023년 5월 수사개시 사유가 충분하지 않다고 보고 각하 처분을, 김 여사 모친 최은순씨에겐 혐의가 없다고 보고 불송치 결정을 내렸다. 다만 김 여사의 오빠 김모씨 등 5명은 검찰에 송치돼 불구속 기소됐다. 불송치 결정 직후 시민단체가 경찰 수사결과에 이의를 제기해 재고발했지만 사건접수 2년이 지나도록 고발인 조사 외에 별다른 수사는 진행되지 않고 있다. 개발특혜 의혹은 최씨의 가족회사인 ESI&D가 공흥지구 개발사업을 하면서 798억원의 분양실적에도 개발부담금을 한 푼도 내지 않는 특혜 등을 봤다는 내용이다.

특검은 무혐의 등 사건처분 과정에서 윤 전 대통령의 관여 여부도 들여다볼 것으로 관측된다. 검찰총장, 대통령직에 있던 윤 전 대통령이 부인의 범죄의혹 수사를 방해하거나 은폐를 지시한 증거가 나올 경우 직권남용 수사로 확대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