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이수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과 헌법재판관들이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공개변론에 참석하고 있다./사진=뉴스1

소송이 취하된 것으로 간주되는 상황일 때 피고의 변호사 비용 등 소송비용의 일부를 원고가 부담할 수 있도록 하는 법 조항이 '합헌'이라는 결정이 나왔다.

헌재는 청구인이 민사소송법 제114조 등의 조항이 위헌이라며 낸 헌법소원 사건에서 재판관 만장일치로 합헌 결정을 내렸다고 9일 밝혔다.

실제로 소송를 취하하지 않았는데도 소를 취하한 것과 같은 효과가 나오는 경우를 소취하간주라고 한다. 변론기일에 2번 이상 당사자 쌍방이 결석하거나 출석을 하고도 변론을 하지 않는 경우 소취하로 간주된다. 소송이 재판으로 끝나지 않았기 때문에 따로 소송을 제기해 비용을 확정하고 누가 그 비용을 부담할지 정하게 된다. 

헌재는 “입법목적이 정당하고, 수단의 적절성도 인정된다”며 “원고의 제소로 인해 비용을 지출한 피고에게 실효적인 권리구제수단을 마련하고 사법제도를 적정하고 합리적으로 운영하기 위한 중대한 공익을 추구하고 있어 피해의 최소성과 법익의 균형성도 갖추고 있다”면서 해당 조항이 청구인의 재판청구권을 침해하지 않았다고 봤다.

이어 헌재는 변호사보수조항과 관련해 “소취하간주를 소송이 재판에 의해 종료된 경우와 달리 취급해 변호사비용을 소송비용에 산입하지 않을 합리적 근거가 없다”며 “사법제도를 적정하고 합리적으로 운영하기 위한 중대한 공익을 추구하고 있다”면서 해당 조항이 재판청구권을 침해하지 않는다고 봤다.

한편 청구인은 부당이득금반환 청구의 소를 제기했다가 기일에 불출석해 소취하간주로 소송이 종료됐다. 소송 상대방은 청구인에게 변호사보수 등 소송비용의 일부를 달라고 해 승소했다. 청구인은 항고하면서 민사소송법 제114조 등에 대해 위헌법률심판 제청신청을 했고 일부 각하 일부 기각 결정을 받았다. 그러자 "소취하간주 때는 실질적인 재판이 이뤄지지 않았는데도 원고를 패소자로 보고 변호사비용을 소송비용에 포함시키는 것은 재판청구권을 침해한다"며 청구인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