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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예훼손 범죄가 성립하려면 여러 사람 앞에서 명예훼손 발언을 했다는 '공연성'이 인정돼야 한다. 대법원은 몇몇 사람들 앞에서 명예훼손 발언을 했더라도, 이 몇몇 사람들이 다른 불특정 다수에게 발언을 전달할 가능성이 있다면 공연성을 인정하 수 있다고 해석해왔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19일 판결에서 이 해석이 옳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19일 명예훼손 등 혐의로 기소된 A씨에 대해 징역 4개월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A씨는 가족들이 듣는 자리에서 B씨를 향해 "저것이 징역 살다 온 전과자다"라고 말해 B씨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외에 상해, 폭행 혐의도 있었다.

재판의 쟁점은 A씨의 명예훼손 혐의를 유죄로 볼 수 있는지 여부였다. A씨 측은 공연성이 없으므로 죄가 되지 않는다는 주장을 폈다. 불특정 다수가 아닌 몇몇 가족 앞에서 말한 것이므로 공연성을 인정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다.

그러나 1·2심은 가족들이 다른 지인들에게 말을 전할 수도 있으므로 전파가능성이 인정된다는 이유를 들어 명예훼손 혐의까지 유죄로 인정했다. 이 사건을 넘겨받은 전원합의체는 다수의견에서 "전파가능성 법리에 대한 대법원 판례는 현재에도 여전히 타당하다"며 1·2심 판단이 옳다고 판결했다.

다수의견은 "명예를 훼손할 위험성이 발생한 것으로 족한 이상 소수의 사람에게 발언했다고 하더라도 그로 인해 불특정 또는 다수인이 인식할 수 있는 상태를 초래한 경우에도 공연히 발언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전파가능성 법리가 표현의 자유를 지나치게 침해한다는 비판에 대해서는 "대법원 판례는 전파가능성의 구체적·객관적인 적용기준을 세우고 피고인이나 피해자와의 관계에 따라 전파가능성을 부정하는 등 판단기준을 유형화하고 있다"며 "전파가능성 유무를 판단할 객관적 기준이 존재하지 않아 그 적용에 자의가 개입될 수 있다는 비판은 타당하지 않다"고 반박했다.

반면 김재형·안철상·김선수 대법관은 전파가능성이라는 것 자체가 객관적 평가가 불가능한 개념이고, 명예훼손죄에 대한 판결이 들쭉날쭉해질 우려가 있다는 반대의견을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