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광범위한 통신자료 조회가 논란이 되고 있는 가운데, 현직 부장검사가 "공수처가 광범위한 통화내역 조회 사유에 대해 입장을 내놔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강수산나 인천지검 부장검사는 전날(22일)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 '이상한 수사, 이상한 영장'의 제목의 글에서 "공수처는 수사 대상자의 통화 상대방을 확인하기 위해 적법한 절차에 따라 통신사실 확인을 한 것이라고 변명하고 있지만, 기자의 가족까지 통신사실 확인대상이 된 점에 비춰 특정 기자에 대해서는 통신영장이 청구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앞서 TV조선은 공수처가 이 고검장을 김진욱 처장의 관용차에 태워조사를 받도록 한 장면을 폐쇄회로(CC)TV 영상 장면으로 보도했는데, 공수처는 이 CCTV가 수원지검 관계자를 통해 유출됐다고 의심하고 내사에 착수했다. 공수처는 이 사건 내사 과정에서 TV조선 기자를 상대로 통신영장을 발부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강 부장검사는 "통신영장에는 요청사유에는 대상 전화번호 가입자가 수사중인 범죄와 어떤 관련이 있는지를 간략히 소명해야 한다"며 "검사가 범죄혐의와 무관한 통신영장을 청구할 경우 영장판사가 이를 기각한다"고 설명했다.

강 부장검사는 또 "언론 보도에 의하면 공수처는 TV조선의 황제조사 보도 이후 주로 TV조선 기자들에 대한 통신사실 조회를, 고발사주 의혹 수사과정에서 기자들에 대한 통신사실 조회를 광범위하게 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공수처 수사대상이 아닌 기자들을 상대로 한 수사로(내사도 수사의 일종이므로) 위법한 수사"이며 "민간이 보유한 건물 CCTV는 공무상기밀이 아니어서 공무상기밀누설 등 범죄를 구성할 수 없으므로 이를 빌미로 한 통신사실 확인은 적법한 수사라 할 수 없다"고 했다.

아울러 "공수처가 수사권한을 남용하여 위법한 수사를 하는 것도 이상하지만 범죄를 구성하지 않는 사안에 대해 영장이 발부되는 점도 이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또 "법조출입 기자들은 업무 성격상 법조인들과 통화를 하기 마련이고 기자의 통화 상대방은 비밀을 보장받아야 할 취재원"이라며 "공수처는 누구의 어떤 범죄에 대한 입증을 위해 기자들에 대한 광범위한 통화내역 조회가 필요했는지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