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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 11세 초등학생과 성관계를 가진 것으로 밝혀져 체포된 20대 초반 남성이 첫 재판에서 "피해자가 고등학교 2학년이라고 믿고 성관계를 했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1부는 10일 미성년자의제강간(未成年者擬制强姦) 혐의로 체포된 뒤 구속 기소된 A씨에 대해 첫 공판을 열었다.

검찰은 A씨가 지난해 8월 가출 청소년들이 모인 페이스북 그룹 '가출팸'을 통해 알게 된 B양이 만 13세 미만임을 알면서도 같은해 12월14일 자신의 오피스텔에서 성관계를 가졌다는 내용으로 기소했다. 당시 B양은 만 11세의 초등학교 6학년 학생이었다.

형법 305조는 16세 미만의 아동·청소년과 성인이 성관계를 가질 경우 강간으로 간주하고 처벌하도록 정하고 있다. 미성년자는 성적 자기결정권을 제대로 행사할 수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A씨 측 변호인은 이날 "피해자와 성관계를 한 사실은 인정하지만 피해자가 고등학교 2학년이라고 하는 말을 믿었기 때문에 미성년자의제강간 혐의를 인정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재판장이 "당시 피해자가 18살이라고 얘기했고, 이를 그대로 믿었기 때문에 피해자가 13세 미만이었던 것을 알 수 없다는 것이냐"고 묻자 A씨는 "네"라고 답했다.

앞서 서울 중부경찰서는 딸이 학교에 가지 않았다는 실종신고에 따라 의심장소를 수색하던 도중 중구 신당동의 한 오피스텔에서 B양을 발견하고 A씨를 현행범으로 체포했다.

구속영장 신청 당시 경찰은 A씨에게 미성년자의제강간 혐의에 덧붙여 감금 혐의도 적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법원 사건기록에 따르면 경찰 수사 이후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은 A씨에 대해 감금 혐의는 적용하지 않았다. B양이 자발적으로 A씨 거주지에 갔던 것으로 본 것이다.

재판부는 다음달 2차 공판을 열어 당시 현장에 출동했던 경찰관 3명을 증인으로 소환할 예정이다.

형법 305조가 정하는 미성년자의제강간 피해자 연령기준은 수십년간 만 13세였다. 하지만 텔레그램 N번방, 조주빈 사건 등의 여파로 성범죄 처벌을 강화해야한다는 여론이 여성계를 중심으로 일자 정부가 2020년 5월 형법을 개정했다. 형법 제305조에 제2항을 신설해 "13세 이상 16세 미만의 사람에 대하여 간음 또는 추행을 한 19세 이상의 자"는 '폭행이나 협박'이 없는 '합의 성관계'를 했더라도 '강간'으로 처벌하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