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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납세자 권리 보장한 대법 판결 환영한다

[the L] 화우의 조세전문 변호사들이 말해주는 '흥미진진 세금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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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세관청의 과세처분에 불복할 수 있는 여러 방법이 있다. 그 중 하나가 국세기본법상 과세 전 적부심사 제도(이하 적부심사)다. 이 제도는 세무조사결과에 대한 서면통지 또는 과세예고통지를 받은 후 30일 안에 통지내용의 적법성에 관해 심사를 요청할 수 있도록 1999년 도입됐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통지내용의 적법성뿐 아니라 부당성도 심사대상으로 요청할 수 있다. 과세처분이 이뤄진 뒤 제기하는 취소소송보다 권리구제의 폭을 크게 넓힌 제도인 셈이다.

특히 과세예고나 세무조사결과 통지 후 적부심사 청구 또는 관련 결정이 있기 전에 한 과세처분에 대해 대법원은 제도의 본래 취지를 반영해 원칙적으로 무효라는 판례를 유지하고 있다. 국세기본법에서 적부심사를 청구할 수 없는 예외사유에 해당하면 적부심사 청구 기간이 지나기 전에 과세처분을 할 수 있도록 한 데 대해서도 대법원은 지난해 예외사유를 엄격히 따져야 한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놨다. 의미 있는 판결이라 살펴보고자 한다.

먼저 볼 사건에서 과세관청은 A법인이 조세를 포탈했다고 보고 세무조사결과 통지 후 나흘만에 법인세를 부과했다. A법인의 이중장부, 차명계좌 등이 적부심사 예외사유인 '국세를 포탈하려는 행위가 있다고 인정되는 때'에 해당한다고 본 것이다.

하지만 대법원은 '국세를 포탈하려는 행위가 있다고 인정되는 때'를 '조세 부과 징수를 현저히 곤란하게 할 만한 납세자의 행위 때문에 긴급하게 과세처분을 해야 할 필요가 있는 경우'로 제한해서 봐야 한다고 밝혔다. 적부심사 예외사유가 주관적으로 해석되지 않도록 '긴급한 과세처분의 필요성'이라는 법조항을 객관적 요건으로 따져야 한다는 판단이다.

대법원은 A법인에 대한 과세처분이 이 경우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에 무효라는 판결했다. 적부심사 제도의 목적에 비춰 대법원의 이런 판단은 타당하다고 본다.

다음 사건에서는 과세관청이 B법인의 조세포탈 사실을 확인한 뒤 조세범칙행위에 대해 벌금 납부를 명하는 통고처분을 하면서 세무조사결과 통지 후 30일이 지나기 전에 법인세를 부과했다. 적부심사 예외사유인 '조세범 처벌법 위반으로 고발 또는 통고처분하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봤기 때문이다.

대법원은 이에 대해서도 조세범칙행위와 연관되지 않은 복리후생비 부분은 적부심사 예외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복리후생비 부분에 대한 과세처분은 무효라는 판결을 냈다. 예외사유를 조세범칙행위와 관련된 세액으로 제한해 판단한 것이다.

국세기본법 조항만 보면 과세관청이 고발이나 통고처분만 하면 과세처분 전체에 대해 적부심사를 거칠 필요가 없다고 해석할 여지가 있지만 납세자의 절차적 권리를 충실히 보장해야 한다는 관점에서 대법원의 이런 판단은 타당하다고 본다. 지난해 개정된 국세기본법에도 대법원 판결의 취지가 반영돼 '고발 또는 통고처분과 관련 없는 세목 또는 세액에 대해서는 그러하지 아니하다"는 조항이 추가됐다.

과세처분에서는 실체적 내용의 적법성뿐 아니라 과세처분이 이뤄지는 과정에서 납세자가 절차적 권리를 보장받았는지 여부도 중요하다. 세법 영역에서 적법절차 원리를 강조하는 대법원 판결이 이어지고 있다. 환영할 만한 일이다.


유성욱 변호사는 법무법인 화우의 조세 및 송무그룹 소속 파트너변호사다. 주요 업무는 조세, 관세, 행정, 기업송무다. 수원지법 판사로 시작해 18년 동안 서울중앙지법, 춘천지법 속초지원, 인천지법 부천지원, 서울행정법원(조세전담부), 서울서부지법에서 판사로 근무했다. 대법원 재판연구관(조세조 신건조장, 부장판사)을 거쳐 제주지법 부장판사를 마지막으로 2024년 법무법인 화우에 합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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