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용산구 통일교(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 서울본부 로비에 고 문선명 총재와 한학자 총재의 사진이 걸려 있다. / 사진=뉴시스

김건희 여사에게 고가의 선물을 주고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에게 불법 정치자금을 건넸다는 의혹을 받는 한학자 통일교 총재가 김건희 특검팀(특별검사 민중기)의 3차 소환 조사 통보에도 불응했다.

특검팀 관계자는 14일 "오는 15일 소환 조사 예정이던 한 총재는 변호인들을 통해 건강상의 사유로 조사에 불출석하겠다는 의사를 서면으로 제출했다"고 밝혔다.

이어 "매번 직전에 일방적인 불출석 의사를 밝혀 옴에 따라 특검팀은 3회 소환 불응 처리하고 향후 대책은 검토 중에 있다"고 했다. 통상 피의자가 소환 요구에 3차례 불응하면 수사기관은 체포영장 청구에 나선다.

한 총재가 소환 통보에 불응한 것은 이번이 3번째다. 앞서 특검팀은 한 총재에게 오는 15일과 지난 8일·11일에 출석하라고 통보했다. 한 총재는 지난 3일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 특실에 입원해 이튿날 심장 관련 시술을 받았다. 이후 줄곧 회복 중이라는 이유로 조사에 불응하고 있다.

특검팀은 한 총재가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과 공모해 2022년 1월 권 의원에게 불법 정치자금 1억원을 제공하고 건진법사 전성배씨를 창구로 김 여사에게 8000만원 상당의 명품을 전달하며 각종 청탁을 시도한 것으로 보고 있다.

특검팀은 윤 전 본부장을 기소하면서 공소장에 윤 전 본부장의 청탁과 금품 전달이 한 총재의 승인 아래 이뤄졌다고 적시했다. 한 총재를 윗선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반면 한 총재는 지난달 말 교인들을 대상으로 "어떤 불법적인 정치적 청탁 및 금전 거래를 지시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통일교 측이 조직적으로 금품로비에 나선 대가는 △캄보디아 메콩강 개발 ODA 지원 △UN 제5본부의 한국 유치 △YTN 인수 △대통령 취임식 초청 △통일교 국제행사에 정부 고위인사 참석 등 광범위한 현안들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팀은 통일교의 2023년 국민의힘 당 대표 선거 개입 의혹과 2022년 불법 '쪼개기 후원' 의혹도 수사하고 있다. 선거 개입 의혹은 2023년 3월 치러진 당대표 선거에서 특정 후보를 돕기 위해 신도들을 조직적으로 대거 입당시켰다는 내용이다.

쪼개기 후원 의혹은 통일교 신도들이 20대 대선을 전후해 이른바 '윤핵관' 등 국민의힘 의원 5명에게 법정 최고 한도까지 쪼개기 방식으로 후원했다는 의혹이다. 대상은 권 의원과 윤한홍 의원, 장제원·박성중·권명호 전 의원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