삽화, 법원, 로고, 법원로고 /사진=김현정

채용 공고의 우대사항에 적힌 능력이 미달한 것을 이유로 근로자를 해고하는 것은 부당해고에 해당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3일 법조계에 따르면 최근 서울행정법원 행정13부는 건설업체 A사가 중앙노동위원회 위원장을 상대로 낸 부당해고 구제 재심 판정 취소 청구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A사는 지난해 2월9일 무역사무원을 모집하는 채용공고를 올리는 과정에서 우대사항에 운전 가능자를 기재했다. B씨는 채용공고를 보고 A사에 입사 지원을 한 후 면접을 거쳐 근무를 시작했다. A사는 B씨가 거래처 방문 업무 수행에 필요한 운전 능력이 미숙하다는 등의 이유로 같은 해 4월3일 근로계약 종료 의사를 B씨에게 통보했다.

이에 B씨는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했다. 노동위원회는 A사가 해고의 서면 통지 의무를 위반했다고 보고 부당해고로 판정했다. B씨의 구제신청을 받아들인 것이다.

A사는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에 재심을 신청했으나 기각되자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A사는 근로계약 조건인 운전 능력이 미달해 계약이 무효라고 주장했다. 무효가 아니더라도 B씨가 근로계약 해지 제안을 동의했기 때문에 합의 해지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법원은 운전 가능 여부는 우대사항일 뿐 필수 조건이 아니기 때문에 근로계약은 유효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채용 공고에는 담당업무와 관련해 '무역업무 보조' 수출입 관련 업무, 문서작성, 통관서류관리'와 같은 서류 업무가 채용예정자의 담당업무로 기재돼 있을 뿐"이라며 "지방에 위치한 거래처를 운전해 다닐 정도의 운전실력이 이 사건 근로계약의 필수적 조건이었다고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A사가 B씨에 대해 구두로 이 사건 통보, 즉 해고의 의사표시를 했을 뿐 그 해고 사유를 서면으로 통지하지 않았다"며 "이와 같은 해고는 근로기준법 제27조에 위배해 위법하다. A사의 주장과 같이 이 사건 근로계약이 수습 기간을 예정하고 있더라도 이는 동일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