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가 인공지능(AI)·양자기술·우주 등 첨단 분야 고급 외국인 인재를 유치하기 위한 '톱티어(Top-Tier)' 비자와 경제·산업계의 수요를 반영하는 '비자·체류정책 제안제'를 올해 상반기 본격 시행한다. 인구 감소에 직면한 지자체가 지역발전 전략에 맞게 외국 인력을 유치할 수 있도록 하는 '광역형 비자'도 시범 운영된다.

김석우 법무부 장관 권한대행 겸 차관은 14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진행된 '2025년 사회 분야 주요 현안 해법회의'에서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에게 법무부의 올해 주요 업무 추진계획을 보고했다.

법무부는 △엄정한 범죄 대응으로 국민안전 보호 △범죄로부터 안전한 사회를 위한 법·제도 개선 △인권 중심의 따뜻한 법치 △국익과 경제에 기여하는 법무행정 등 4대 핵심 추진 과제를 내놨다.

우선 법무부는 지난해 9월 발표한 신(新)출입국·이민정책을 본격적으로 시행할 방침이다. 이 정책은 우수 인재 유치와 본격적인 이민 사회 진입 전 통합 강화 정책이 주로 담겼다. 구체적으로 △우수인재 유치 트랙 다변화 △이민자 사회통합 강화 △지자체·민간 수요를 반영한 비자 거버넌스 운영 △과학적·체계적 외국인력 도입시스템 구축을 골자로 한다. 기존에는 노동력이 부족한 제조업이나 농어업 분야에서 일하는 외국인들에 대한 비자 정책이 주를 이뤘다.

법무부는 "인구감소와 지역소멸의 위기에 대응하고 체류외국인 300만 시대에 대비하기 위해 올해 본격적으로 추진한다"며 "우수인재 유치를 확대하기 위해 톱티어 비자를 신설하고 한국전 참전국 청년들을 대상으로 우리나라 문화 연수와 취업활동 기회를 부여하는 청년 드림 비자를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톱티어 비자의 대상자는 세계 최상위권 대학에서 이공계 학위를 취득하거나 같은 수준의 기업, 연구소에 재직한 외국인이다. 청년 드림 비자를 통해서는 어학연수와 인턴·취업을 동시에 할 수 있는 혜택이 있다.

민간 수요 반영을 위한 '비자·체류정책 제안제'도 본격 시행된다. 법무부는 지난해 11월부터 해당 제도를 시범 운영했다. 산업계나 지자체 등에서 외국인 인력 수요나 제도 개선 아이디어가 있을 경우, 이를 직접 법무부에 제안해 비자·체류 관련 제도를 보완할 수 있도록 만든 절차다. 기존에는 정부가 일방적으로 비자 제도를 운용하고 산업계나 지자체는 사후에 건의·진정하는 식이었다.

그러나 올해부터는 제안제를 통해 민간이 먼저 "특정 분야에 이런 외국인 인재가 필요하다", "이런 식으로 비자 요건을 완화해 달라" 등의 정책 요청을 정부에 공식적으로 제출할 수 있고, 그 제안을 민간 전문위원이 참여하는 법무부 민관심의기구에서 분석·검토해 실제로 제도개선까지 반영할 수 있게 됐다. 민간 주도의 바텀업(bottom-up) 제안을 통해 정부가 비자·체류 제도를 개선하는 새로운 소통·개선 방식이다.

법무부는 비자 제안제의 도입에 대해 "외국 인력의 핵심 수요자인 산업계의 입장을 체계적으로 비자제도에 반영하기 위해서"라고 밝혔다. 법무부는 지자체별 특성을 맞춤형으로 반영하는 '광역형 비자제도'도 시범 운영해 지역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겠다는 계획이다.

흉기를 들고 거리를 배회하거나 온라인을 통한 살인을 예고하는 범죄를 엄단하기 위한 방안도 추진된다. 법무부는 "공중안전 위해 사범을 엄단하기 위해 '공공장소 흉기소지죄', '공중협박죄' 등 일반적 처벌 근거 규정을 신설하겠다"고 밝혔다. 관련 사건으로 국민 불안감이 커졌으나 마땅한 처벌 규정이 없다는 지적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살인예고글을 올리는 행위를 처벌하기 위해서는 협박죄나 위계공무집행방해죄, 살인예비죄 등을 적용할 수 있다. 다만 협박죄와 살인예비죄는 피해자가 특정돼야 성립할 수 있어 피해자가 불특정한 예고글 사건에는 적용하기 어렵다. 특히 특히 살인예비죄는 범행 의도로 흉기를 구비하는 등 구체적인 준비 정황까지 있어야 하므로 더욱 까다롭다.

따라서 대부분의 살인예고글 작성자는 위계공무집행방해죄로 처벌받는다. 이들을 마땅히 처벌할 법규가 없기 때문에 경찰 및 공권력을 낭비하게 한 부분을 문제 삼아 처벌하는 것이다.

범죄 피해자에 대한 권리도 강화된다. 법무부는 "현행법 상 국선변호사 지원 대상이 아닌 살인·강도 등 강력범죄의 피해자에게도 국선변호사를 선정할 수 있도록 제도를 정비하겠다"고 밝혔다. 국선변호사 지원을 받을 수 있는 피해자는 성폭력범죄 피해자, 아동학대범죄 피해자, 스토킹 피해자 등 특정 범죄유형과 취약계층으로 한정돼 있다.

이 밖에도 법무부는 주요 형사절차 정보를 피해자에게 자동 통지하도록 시스템을 개선하고, 법원이 피해자의 재판기록 열람·등사 신청을 불허하는 경우 이유를 통지하도록 해 피해자가 부당하게 열람·등사를 거부당하지 않도록 하겠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