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봉식 전 서울경찰청장 /사진=뉴스1

지난해 12월3일 비상계엄 선포 당시 국회 출입을 통제해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봉식 전 서울경찰청장이 윤석열 대통령으로부터 국회 봉쇄, 정치인 체포와 관련한 지시를 받은 일이 전혀 없다고 주장했다.

비상계엄 선포 직전 서울 종로구 삼청동 안가에서 윤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장관을 만나 비상계엄 선포 이야기를 들었지만 구체적인 지시는 받지 못 했다는 것이다. 김 전 청장은 당시 질서 유지를 위해 적은 경력을 배치했고 국회의 비상계엄 해제 의결을 막으려 한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김 전 서울청장은 13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윤 대통령 탄핵심판 8차 변론기일에 증인으로 출석해 이 같은 취지로 증언했다.

비상계엄 선포되고 20여분 뒤 경찰은 국회 출입을 전면 통제했다. 약 20분 뒤에는 국회의원 등 국회 출입증을 지닌 사람들을 선별적으로 출입시켰다. 경찰은 또 30분 뒤 국회 출입을 전면 통제했는데 김 전 청장은 이 같은 조치가 조지호 경찰청장의 지시에 따른 것이라는 입장이다.

김 전 청장은 처음 전면 통제를 하다가 선별적 출입을 시키게 된 계기에 대해 "의원들이 들어가기 힘들다는 항의가 있다는 보고를 받고 (출입을 막을) 법적 근거가 없다고 조 청장에게 보고해 조치를 한 것"이라는 취지로 설명했다.

당초 국회 출입을 전면 통제하게 된 이유에 대해서는 "비상계엄이 시행돼 많은 사람들이 몰려올 것으로 예상되고 계엄군도 온다고 하니 우발사태나 안전 사고, 계엄군과 시민의 충돌 방지 차원에서 조치한 것"이라고 말했다.

김 전 청장은 이후 다시 전면 통제를 한 것에 대해서는 "본청(경찰청)에서 계엄과 관련해 포고령이 하달됐고 그에 따라 국회 전면 차단이 필요하다는 조 청장 지시에 따라 그렇게 한 것"이라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비상계엄 선포 다음날인 12월4일 오후 김 전 청장에게 직접 전화를 했다고 한다. 김 전 청장 증언 등에 따르면 당시 윤 대통령은 "김 청장이 초동 대처를 잘 해줘서, 의원들을 국회에 잘 들여보내줘서 상황이 빨리 정리됐다. 수고했다"며 격려했다. 김 전 청장은 그런 전화를 받은 기억이 있다고 증언했다.

김 전 청장은 비상계엄 선포 직전 삼청동 안가 모임과 관련해서는 "질서 유지를 잘 해달라는 취지의 이야기를 들었다"며 "국회 봉쇄, 주요 인사 체포 등과 관련한 지시는 듣지 못 했다"고 말했다. 김 전 청장은 "비상계엄을 선포하는 이유에 대한 윤 대통령의 이야기를 들었고 지극히 개인적인 부분, 개인사가 있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한편 김 전 청장은 해당 모임에서 A4용지 반 쪽 분량의 문건을 김 전 장관으로부터 전달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대해 김 전 청장은 "'2200 국회'라는 표현을 본 기억만 난다. 시간과 장소가 몇 군데 적혀 있던 것으로 기억이 난다"며 "참고하라는 뉘앙스로 받아들였다"고 했다.

김 전 청장은 해당 문건을 자신의 사무실에서 파쇄했다고 주장했는데 그 이유와 관련, 국회 측이 "문건을 가지고 있으면 추후 불리할 수 있다거나 위험할 수 있다고 생각한 것 아니냐"고 묻자 "그런 인식은 없었다. 평소에도 보고 문서 같은 것들을 잘 파쇄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