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김현정

미국 시민권을 취득하면서 대한민국 국적을 상실한 남성이 곧바로 국적회복 신청을 했지만 이를 불허한 법무부를 상대로 취소 소송을 내 승소했다.

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12부(부장판사 강재원)는 남성 A씨가 법무부 장관을 상대로 제기한 '국적회복 불허 처분 취소 소송'에서 A씨 손을 들어줬다.

1986년생인 A씨는 대한민국 국민인 부모 사이에 태어났다. 만 35세였던 2022년 자진해 미국 시민권을 취득하면서 국적법 15조 1항에 따라 대한민국 국적은 상실했다. A씨는 미국에 입국할 때마다 2차 심사를 받는 번거로움이 있어 시민권을 취득한 것 뿐이라며 미국 여권을 발급받자마자 다시 국적 회복을 신청했다.

그러나 법무부는 A씨가 병역기피를 의도했다고 보고 불허 결정을 내렸다. 병역법상 입영 의무가 면제되는 나이는 만 36세다.

이에 A씨는 국적회복 불허 취소소송을 내면서 병역 기피 의도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미국 여권을 발행받자마자 국적 회복 신청을 했고, 그 과정에서 전문연구요원으로 편입해 병역을 이행할 의사도 적극적으로 밝혔다.

재판부는 A씨가 이미 병역을 사실상 면제 받은 사람으로, 굳이 병역 기피 목적으로 국적을 상실할 필요가 전혀 없었다고 봤다. 병역 의무 면제 기준인 만 36세는 각자의 생일이 아니라 만 36세가 되는 해의 1월 1일을 기준으로 한다. A씨는 2022년 1월 1일부터 이미 병역 의무가 면제됐고, 같은 해 7월 미국 시민권을 취득했다.

재판부는 "A씨가 병역 기피 목적을 위해 한국 국적을 상실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며 국적 회복 취소 처분의 사유가 인정되지 않는만큼 위법해 취소돼야 한다고 판결했다.

아울러 재판부는 "병역의무가 있는 대한민국 국적자나 복수국적자가 병역 기피 목적으로 외국 국적을 취득한 의혹이 있을 땐 이를 엄격히 심사해 국적 회복을 불허할 필요성이 충분히 인정된다"면서도 "막연한 의심만으론 부족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