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차훈 전 새마을금고중앙회장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재임 시절 직무 관련자로부터 억대 금품을 받은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은 박차훈 전 새마을금고 중앙회장이 대법원에서 일부 무죄 판단을 받았다.

대법원 1부(주심 서경환 대법관)는 10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수재 등 혐의로 기소된 박 전 회장에게 징역 6년과 벌금 2억원, 추징금 1억7200만원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박 전 회장은 류혁 전 중앙회 신용공제 대표이사를 통해 자산운용사 아이스텀 파트너스의 유영석 전 대표로부터 총 현금 1억원과 변호사 비용 5000만원을 대납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2022년 8월 새마을금고 자회사 대표 김모씨로부터 800만원 상당의 황금도장 2개를 받은 혐의, 2021년 12월 중앙회장 선거를 전후해 상근이사 3명에게서 7800만원을 받아 경조사비와 직원·부녀회 격려금 등으로 사용하고 변호사비 2200만원을 대납받은 혐의도 있다.

1심 법원은 박 전 회장에게 징역 6년을 선고했다. 1심은 박 전 회장이 류 전 대표와 유 전 대표로부터 현금 1억원을 받은 혐의와 상근이사 3명에게서 변호사비 2200만원을 대납받은 혐의를 유죄로 판단했다. 다만 변호사비 5000만원을 대납받은 혐의, 황금도장 2개를 수수한 혐의, 7800만원을 받아 경조사비 등에 사용한 혐의에 대해선 무죄가 선고됐다.

2심 법원도 징역 6년을 선고한 원심 판단을 유지했다. 그러나 2심은 박 전 회장이 800만원 상당의 황금도장 2개를 받은 혐의를 유죄로 인정했다. 또 유 전 대표가 연관된 변호사비 5000만원의 경우 수수 혐의는 무죄가 나왔지만 예비적 공소사실인 '대납을 요구·약속했다'는 점이 유죄로 인정됐다.

그러나 대법원은 황금도장 수수 관련 혐의를 무죄로 판단했다. 대법원은 "피고인이 서울 사택에 보관하고 있던 이 사건 황금도장 등은 압수수색영장 범죄혐의사실 자체 또는 그와 기본적 사실관계가 동일한 범행과 직접 관련돼 있지 않다"며 "위법수집증거를 나중에 형식적으로 반환하고 다시 영장을 받아 재압수하는 방식으로는 해당 증거의 위법성을 치유할 수 없다"고 밝혔다.

수사기관이 최초로 확보한 황금도장은 압수수색영장 기재 혐의사실과 관련성이 부족했기 때문에 법원에서 증거능력을 인정받지 못한 것이다. 대법원이 적법절차 원칙을 우선시하며, 그에 부합하지 않은 증거 수집에 대해서는 증거능력을 배제한 것으로 해석된다.

또 대법원은 변호사비 5000만원 '요구·약속' 부분도 처벌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법률자문료 5000만원을 지급하도록 요구하거나 약속했다고 하더라도 그로 인한 금품 등의 이익은 어디까지나 제3자인 변호사에게 귀속되는 것일 뿐"이라며 "피고인이 구체적으로 채무나 비용 지출을 면하지 않은 이상 사회 통념상 피고인이 직접 받을 것을 요구·약속한 것과 같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