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대 대법원장 /사진=뉴스1

여당이 내란·국정농단 전담재판부 설치 법안을 발의한 18일 법원은 특검사건 재판부를 지원하기 위한 종합대책을 내놓으며 맞대응에 나섰다. 하지만 여당은 '재판부 교체'를, 법원은 '재판속도 개선'에 방점을 찍으면서 이견이 좁히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하는 전담재판부 논의는 기존 재판부가 사건을 공정하게 처리할 수 있겠냐는 불신에서 출발한 만큼 속도보다 재판부 구성 변화에 무게가 쏠려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우두머리 혐의 재판을 맡은 형사합의25부의 지귀연 부장판사가 지난 3월 윤 전 대통령의 구속취소 청구를 받아들인 이후부터 재판부를 교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최근에는 조희대 대법원장 사퇴까지 거론하면서 재판부 교체 명분을 쌓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민주당이 발의한 법안의 주요 내용을 보면 3대 특검이 기소한 모든 사건은 전담재판부가 맡고 1심과 2심, 영장전담판사 등 총 21명의 판사를 전담재판후보추천위원회 추천에 따라 임명하게 된다. 지 부장판사를 포함해 특검사건을 맡은 재판부를 모두 교체하고 기존 무작위방식으로 사건을 배당하는 대신 특정 재판을 맡을 판사를 별도로 결정하는 게 핵심인 셈이다.

반면 서울중앙지법이 공개한 지원방안은 △법관 추가배치 △합의부 증설 △특검사건 재판부의 일반사건 배당조정·재배당 △형사법정 증설 등 재판부가 사건을 더 빠르게 심리해 결론을 내릴 수 있도록 뒷받침하겠다는 내용이다. 현 재판부 구성은 유지한 채 인력증원, 공간확충 등의 방법으로 재판부 부담을 줄여 신속하게 심리를 진행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특히 민주당이 재판부 교체를 강조한 형사합의25부에는 오히려 판사 1명을 추가로 투입하는 등 국회와의 간극차만 선명하게 드러났다.

법원이 내놓은 방안은 현 재판부 유지를 전제로 한 행정적 지원책에 불과해 재판부 불신해소를 강조한 여당 요구와는 접점을 찾기 어렵다는 분석이 많다. 이때문에 법원의 대책 발표에도 여당과의 갈등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는 전망이 힘을 얻는다.

아울러 특정 정치세력이 추천하는 위원회가 전담재판부를 구성한다는 발상 자체가 재판의 독립성을 해쳐 위헌 소지가 크다는 지적이 많아 입법이 이뤄져도 헌법재판소에서 2차전이 벌어질 가능성도 높다. 헌법에 사법권은 법원에 속하고 법관은 헌법과 법률에 의해 그 양심에 따라 독립해 재판한다고 명시돼 있는 만큼 민주당이 입법을 강행할 경우 사법부가 헌재에 권한쟁의를 청구하거나 피고인들이 위헌제청을 신청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다. 이 경우 헌재의 판단이 나올 때까지 재판이 중단돼 재판이 지연되고 더 복잡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수도권의 한 부장판사는 "국회는 법원의 재판이 공정하지 않다고 생각하는지 모르겠지만 재판부를 바꾸는 것도 공정한 것 같지 않다"며 "결국 전담재판부를 만들 경우 위헌법률심판 제청 등 헌법재판소 판단을 받을 수밖에 없는 사정이 생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