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비상계엄' 사태 관련 내란중요임무종사 등 혐의로 기소된 조지호 전 경찰청장이 지난 16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지난해 12월3일 비상계엄 선포 당시 형사들을 국회에 보냈던 박창균 전 영등포경찰서 형사과장이 국회 봉쇄나 의원 체포 지시는 알지 못했다고 말했다. 국회 체포조 내용이 담긴 전화통화 녹음파일엔 "일반 시민들이 아니라 집단 폭동 등을 일으킬 경우를 대비해 질서 유지 차원으로 가는 것이라 생각했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박 전 과장은 29일 조지호 경찰청장·김봉식 전 서울경찰청 등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박 전 과장은 비상계엄 당일 이현일 전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수사기획계장으로부터 국회로 출동할 형사 명단을 짜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이 전 계장은 방첩사령부로부터 국회의원 체포 지원 요청을 받았다.

이날 두 사람 간 통화 내용 녹취본이 증거로 재생됐다. 통화 내용에서 이 전 계장은 박 전 과장에게 "방첩사에서 지금 국회 체포조를 보낼거야"라며 "현장에서 방첩사팀과 함께 움직일 형사들 5명이 필요하니 명단을 좀 짜달라"고 말했다. 이 전 계장은 "경찰 티가 나지 않게 사복으로 해라"고 말하기도 했다. 박 전 과장은 형사 명단을 보여주겠다고 답했다.

박 전 과장이 이후 "누굴 체포하는거냐"고 묻자 "이 전 계장은 "누구를 체포하겠냐, 국회가는데"라고만 답했다. 이를 두고 검찰이 박 전 과장에게 국회의원 체포 계획을 알고 있었던 것 아니냐고 추궁했다. 검찰이 "형사 명단을 왜 보내주겠다고 했느냐" "현장에서 누구를 체포한다고 생각했느냐"고 묻자 박 전 과장은 "긴급한 상황이었고 위법하거나 부당하단 내용의 지시가 아니었다"며 "형사들은 현장에서 인솔, 안내 지위 등으로만 이해했다"고 말했다.

또 체포에 대해서도 "시민들이 많이 물려든 상황이니 집단 폭동이나 범죄가 일어날 수 있다고 보고 이를 대비한다고 생각했다"며 일반 시민이나 의원을 체포하는게 아니라 질서 유지 차원의 활동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비상계엄 다음날인 12월4일엔 박 전 과장이 이 전 계장에게 "저를 나락으로 떨어뜨리려고 하셨어요?" "하지 말라고 하셨어야죠"하며 항의하는 통화를 했다. 검찰이 전화 통화 내용에 대해 묻자 박 전 과장은 "밤새 지휘 차량에 있으며 뉴스를 보니 부당하고 위법적인 일들이 시도됐다는 걸 알게됐다"고 답했다.

검찰 수사에 따르면 박 전 과장은 이 전 계장에게 형사 명단을 넘겼고, 이 전 계장은 해당 명단을 방첩사에 전달했다. 이에 검찰은 경찰 수뇌부가 방첩사의 정치인 체포 계획을 알고 있었다고 의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