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전 대통령이 제21대 대통령선거 사전투표 첫날인 지난5월 29일 오전 경남 양산시 하북면주민자치센터에 마련된 하북면 사전투표소에서 투표를 마친 뒤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사진-뉴스1

2억원대 뇌물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문재인 전 대통령이 서울이 아닌 자신의 주거지 근처인 울산에서 재판을 받게 해 달라고 요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문 전 대통령 변호인은 사건 이송 신청을 다시 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문 전 대통령 변호인인 김형연 변호사는 17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부장판사 이현복) 심리로 열린 문 전 대통령의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혐의 공판준비기일을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서면 신청서만 보고 재판부가 (이송 불허) 결정을 해 이송 필요성에 대해 피력할 만한 기회가 주어지지 않은 것을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서면을 보완해 이송 신청을 다시 한 번 하려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이날 재판에서 문 전 대통령과 공동 피고인인 이상직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앞서 신청한 사건 이송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현실적으로 재판설비 및 지원 현황, 언론 접촉 등을 위해서나 신속·공정한 재판을 위해서 서울중앙지법에서 재판하는 것이 상당하다고 판단된다"고 밝혔다.

문 전 대통령 측은 지난 11일 재판부에 사건 이송 신청서를 제출했다. 문 전 대통령의 거주지는 경남 양산인데 서울중앙지법까지 오는 데 왕복 8~10시간 이상이 소요되기 때문에 거주지를 관할하는 울산지법이나 혹은 전주지법에서 재판을 진행해야 한다는 취지다. 형사소송법 제4조 1항은 범죄지, 피고인의 주소, 거소 또는 현재지에 따라 최초의 관할 법원을 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반면 검찰은 이송신청은 적절치 않다며 반대 의견서를 제출했다. 이 사건에서 예상되는 증인이 120명에 달하기 때문에 효율적 진행을 위해선 이송이 적절치 않다고 주장했다.

재판부의 기각 결정 이후 문 전 대통령 측은 국민참여재판을 원한다는 의사도 밝혔다. 김 변호사는 재판이 끝난 뒤 "(문 전 대통령은) 이 사건이 검찰권 남용의 살아있는 교과서라고 생각한다"며 "살아있는 교과서를 보다 많은 국민 여러분이 보시고 검찰의 폐해를 느끼시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보다 많은 국민들이 보실 수 있는 국민참여재판을 선호하게 된 것"이라고 밝혔다.

문 전 대통령 측은 증인 수 등을 검토해 정식으로 국민참여재판 신청서를 제출할 계획이다. 재판부는 오는 9월9일 준비기일을 한 차례 더 진행해 국민참여재판을 진행할지 여부에 대해 최종적으로 결정한다.

전주지검은 지난 4월 문 전 대통령을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수수 혐의로 서울중앙지법에 불구속기소 했다. 이스타항공 창업주인 이 전 의원은 공범으로 함께 기소됐다.

문 전 대통령은 전 사위 서모씨를 이 전 의원이 실소유하고 있던 항공사 타이이스타젯에 채용하게 해서 급여와 주거비 명목으로 뇌물을 받은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급여와 주거비 2억여원이 뇌물이라고 의심하고 있다.

문 전 대통령 시절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중진공) 이사장을 지냈던 이 전 의원은 항공업 경력 등이 없는 서씨를 채용해 지출된 급여 등으로 인해 타이이스타젯에 손해를 가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