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법 청사/사진=뉴시스

고려아연이 2년 전 현대차 계열사 HMG글로벌을 상대로 제3자 배정 유상증자한 5000억원대 신주 발행을 취소해야 한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2부(부장판사 최욱진)는 영풍이 지난해 3월 "신주 발행을 무효로 해 달라"며 고려아연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27일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고려아연은 2023년 9월 HMG에 신주 104만5430주를 발행했다. HMG글로벌은 현대차·기아·현대모비스가 공동 투자해 설립했다. 당시 양사는 전기차용 배터리 사업과 관련한 협력 등을 약속했다.

이에 고려아연 최대주주인 영풍은 신주 발행을 무효로 해야 한다는 취지의 소송을 제기했다.

영풍 측은 재판 과정에서 "기존 주주를 배제하고 제3자에게 신주를 발행할 경영상 목적이 인정되지 않아 무효"이라고 주장했다. 사업에 필요한 자금 조달이 아니라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영풍과의 경영권 분쟁에서 지배권을 유지하기 위해 유상증자를 단행했다고 봤다. 고려아연 측은 제3자 배정 유상증자가 경영상 필요에 따른 결정이며 적법한 절차를 거쳤다고 맞섰다.

재판부는 이날 영풍의 주장에 대해 "경영권 분쟁이 존재한다는 사정만으로 경영권 강화만을 위한 신주 발행으로 보긴 어렵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다만 재판부는 "HMG글로벌에 대한 신주 발행은 정관을 중대하게 위반해 기존 주주의 신주인수권을 침해한 것"이라며 "2023년 9월 13일에 한 5000억원의 보통 주식 104만5430주의 신주 발행을 무효로 한다"고 했다.

고려아연의 정관에서 '회사가 경영상 필요로 외국의 합작법인에 신주를 발행하는 경우'에 대한 규정과 관련 "정관에 명시된 '외국의 합작법인'은 고려아연의 참여를 전제로 한 외국 합작법인으로 보는 것이 합당하다"며 "고려아연의 참여 없는 외국인 투자자나 상대방으로 해석하는 것은 문언의 한계를 벗어난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고려아연이 합작법인으로 참여하지 않은 HMG글로벌에 대한 신주 발행은 정관을 중대하게 위반했다"고 했다"고 판결했다. 기존 주주에게 신주인수권을 부여하지만, 예외적으로 회사의 경영상 목적상 필요할 경우 외국의 합작회사에 신주를 배정할 수 있도록 하는 규정을 벗어났다고 판단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