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호 신임 법무부 장관 /사진=뉴스1

검찰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20개월 넘게 보완 수사 문제로 갈등을 빚으며 처리에 난항을 겪고 있는 '감사원 뇌물 사건'이 검찰개혁 부작용의 미리보기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법조계에서 나온다. 수사·기소 분리를 골자로 한 검찰개혁이 검사의 보완 수사권을 포함한 전면적인 수사권 배제로 결론날 경우 수사권과 기소권을 쥔 기관 간 책임 떠넘기기가 심화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공수처가 수사해 검찰에 넘긴 감사원 뇌물 사건은 검찰이 직접 보완 수사를 시도했지만 법원이 이를 막아서며 제대로 된 수사가 어려워졌다. 사실상 수사권과 기소권이 분리됐지만 어떤 기관도 책임지고 수사를 마무리하지 못하는 구조적 교착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이처럼 명확한 권한도 책임도 없이 사건이 표류하는 상황은 검찰의 보완 수사권까지 사라지면 더 빈번할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더불어민주당 일부 의원들이 발의한 '검찰 개혁 4법'(△검찰청법 폐지법 △공소청 설치·운영법 △국가수사위원회 설치·운영법 △중대범죄수사청 설치·운영법)은 검찰의 직접 수사권 뿐만 아니라 사법경찰관 송치사건에 대한 보완 수사권 등 수사권 일체를 행사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 핵심이다. 검사는 수사기관에 보완 수사 요구권만 갖고 기소와 공소유지를 전담케 한다는 구상이다.

보완 수사 제도(직접 보완 수사·보완 수사 요구)는 과거 검·경수사권 조정에 따라 검찰의 수사지휘권이 폐지되면서 도입된 개념이다. 만약 이번에 추가로 직접 보완 수사를 할 수 있는 권한도 사라질 경우 경찰 송치사건에서 위법수사, 증거누락 등이 발견돼도 이를 직접 시정할 수 없게 된다. 다만 경찰에 사건을 돌려보내 미비점을 보완해달라고 요구할 수 있다.

재경지검의 한 부장검사는 "검찰이 (경찰에) 사건을 돌려보냈는데 수사를 다했다고 계속 주장하면 증거가 부족할 경우 무혐의로 불기소할 수밖에 없게 된다"며 "검사가 공소유지를 해야하는데 무죄가 나오면 다 검사 책임 아니냐. 기소하는 입장에서 사건에 대한 권한은 없고 책임만 있으면 이걸 떠안을 수 있겠냐"고 토로했다.

이는 검찰개혁을 이끌 법무부 내에서 나오는 우려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21일 취임사에서 "검찰의 기능 조정 과정에서 범죄 대응의 사각지대가 발생하거나 수사 부실·지연과 같은 부작용이 없도록 치밀하게 시스템을 설계해야 한다"고 밝혔다.

앞서 정 장관이 국회에 제출한 인사청문답변서를 통해 "검사가 기소 여부를 결정함에 있어 직접 사실관계 등을 확인하지 못한다면 수사지연은 물론 기소 사건의 선고결과에 대한 책임소재가 모호해지는 문제 등이 발생한다는 주장도 있다"며 검찰의 보완수사권을 유지할지에 대한 심도 깊은 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평정시스템 개선으로 책임 소재를 분명히 하는 방법을 검토할 필요도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검찰에 사건을 송치·송부했다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최종 선고결과에 따른 평정을 받아야 수사·기소 전 과정에서 책임있는 권한 행사가 이뤄질 수 있다는 것이다.

또 다른 재경지검의 한 부장검사는 "평정시스템이 개선될 경우 수사권과 기소권을 쥔 기관들이 유죄 선고라는 동일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서로 의견을 제시하고 협의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