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달 9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직권남용 등 혐의 영장실질심사(구속 전 피의자 심문)를 마친 뒤 대기 장소인 서울구치소로 이동하기 위해 법원을 나서고 있다. /사진=뉴시스

'김건희 특검팀'(특별검사 민중기)이 윤석열 전 대통령 측의 특검팀 고발행위에 대해 수사방해 의도가 있다고 규정하고 고발장을 살핀 뒤 사실과 다른 경우 법적 대응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박상진 특검보는 21일 오후 서울 종로구 KT광화문빌딩웨스트에서 정례 브리핑을 열고 "특검은 관련 사안에 대해 정당한 체포영장 집행에 대한 피의자 및 변호인들의 방해행위로 평가한다"며 "이번 고발장 접수는 법률이 정한 특검의 수사를 위축시키고 방해하려는 의도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윤 전 대통령 법률대리인단은 체포 시도에 반발해 전날 민중기 특검과 체포를 지휘한 문홍주 특검보 등을 △직권남용 체포 △직권남용 감금미수 △독직폭행 등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앞서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을 공직선거법 위반 등 혐의를 받는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통보했지만 윤 전 대통령은 이에 불응했다. 특검팀은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지난 1일 서울구치소에서 집행을 시도했으나 윤 전 대통령의 완강한 거부로 집행이 무산됐다. 당시 윤 전 대통령은 수감복을 입지 않고 저항한 것으로 파악됐다.

특검팀은 지난 7일에도 물리력을 동원해 체포영장을 재집행했으나 실패했다. 당시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이 격렬히 저항해 부상이 우려된다"고 집행 실패 이유를 밝혔다.

'통일교 신도 입당 의혹' 국민의힘 압수수색 영장도 재청구 적극 검토

특검의 국민의힘 압수수색 저지 농성 중인 김문수 당대표 후보가 21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이재명 특검 불법·부당 당원명부 탈취 저지 국민보고를 하고 있다. /사진=뉴스1, 김문수 캠프 제공

또 특검팀은 통일교 신도들이 국민의힘에 조직적으로 입당해 선거에 개입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압수수색 영장 재청구를 적극 검토하고 있다. 건진법사 전성배씨와 윤영호 통일교 전 세계본부장이 권성동 의원을 당 대표로 밀기 위해 통일교 교인들을 당원으로 가입시키려 했다는 것이 의혹의 골자다.

특검팀은 정당법 위반 혐의로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아 지난 13일 오전 1차 집행을 시도했지만 반발하는 국민의힘 관계자들과 대치하다가 실패했다. 지난 18일에 이뤄진 2차 집행도 같은 이유로 무산됐다. 영장의 유효기간은 전날 만료됐다. 당시 특검팀은 입당 시점이 2021년 12월부터 2024년 4월 사이인 당원들의 명단이 담긴 전산 자료를 확보하려고 했다.

압수수색 영장에는 특검 수사 피의자인 전씨와 윤 전 본부장 등의 정치자금법 위반·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를 수사하려면 당원 명부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는 취지의 사유가 적힌 것으로 전해졌다.

건진법사로 불리는 전씨는 윤 전 대통령 부부와의 친분을 과시해 2018·2022 전국동시지방선거 공천과정을 비롯한 각종 이권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받는 인물이다. 최근 구속된 윤 전 본부장으로부터 수천만원 상당의 다이아 목걸이와 샤넬백을 받아 김 여사에게 청탁하려 한 혐의도 있다.

전씨는 이날 구속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해 소명하는 것을 포기했다. 영장실질심사는 9분여만에 종료됐다. 특검팀이 심사를 대비해 준비한 PPT등 자료는 발표되지 않았지만 모두 재판부에 제출됐다. 전씨는 경기 의왕에 있는 서울구치소에서 심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구속영장이 발부되면 전씨는 그대로 구치소에 수감된다.

건진법사·통일교 청탁 의혹 조사 질문지 100장… 김 여사는 진술거부중

윤석열 전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 여사가 지난 1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자본시장법과 알선수재,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치고 법정을 나서고 있다. /사진=뉴스1

특검팀은 구속된 김 여사를 불러 건진법사·통일교 청탁을 조사하고 있지만 김 여사는 대부분 진술거부권을 행사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특검팀 관계자에 따르면 준비된 질문지만 100장이 넘어가지만 김 여사가 말을 하지 않는 탓에 조사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팀은 통일교 측이 윤 전 본부장을 통해 당시 현안을 원활히 할 목적으로 전씨를 거쳐 김 여사에게 청탁을 시도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당시 현안은 △캄보디아 메콩강 부지 개발 등 공적개발원조 사업(ODA) 지원 △YTN 인수 △대통령 취임식 초청 △유엔 제5사무국 한국 유치 △교육부 장관 통일교 행사 참석 등으로 알려졌다. 통일교 측은 교단 차원의 청탁이 아닌 윤 전 본부장 개인의 일탈이라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