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남산타워에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 모습./사진=뉴스1

임대의무기간 10년이 경과한 뒤 분양 전환 가능한 공공건설임대주택 아파트 입주자로 당첨된 A씨가 실제 거주자인 B씨와 짜고 허위로 주민등록 등의 요건을 유지해 임대의무기간 후 아파트를 매매하기로 한 계약은 무효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신숙희 대법관)는 A씨가 B씨에게 아파트를 인도하라며 낸 건물 인도 등의 소송에서 B씨의 손을 들어준 원심 판결이 잘못됐다며 파기하고 다시 판단하라며 사건을 수원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1일 밝혔다.

원고 A씨는 임대의무기간인 10년이 경과한 뒤 분양전환 가능한 공공건설임대주택 아파트 입주자로 당첨됐다. A씨는 2008년 3월 대한주택공사와 임대차 계약을 체결했다. 그런데 A씨는 자신이 직접 거주하지 않고 2009년 11월 B씨가 A씨를 대신해 아파트에 입주했다.

B씨는 A씨의 명의로 임대차보증금의 잔금을 납부했을뿐 아니라 A씨가 이미 대한주택공사에 납부한 계약금도 A씨에게 송금했다. A씨는 2010년 3월 허위 전입신고를 했으며 B씨가 A씨 명의로 아파트 관리비 등을 납부하며 실제로 거주했다.

두 사람은 2012년 12월 A씨가 B씨에게 이 아파트를 매도하기로 하는 매매 계약도 체결했다. 이때 두 사람은 'A씨는 소유권 이전 가능 시점이 될 때 아파트 시세와 관계없이 이미 지급받은 매매 대금 외에 별도의 금전청구를 하지 않고 B씨에게 소유권을 이전하겠다'는 각서까지 썼다.

한국토지주택공사는 임대의무기간이 지난 후인 2020년 4월 A씨에게 우선 분양전환에 관한 사항을 통보했다. 이에 A씨는 2021년 4월 잔금을 납부하고 자신의 명의로 아파트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쳤다.

A씨는 아파트 소유자로 현재 아파트에 살고 있는 아파트 점유자인 B씨를 상대로 아파트를 인도하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B씨는 자신이 A씨로부터 아파트를 매수했기 때문에 거주 권한이 있으며 오히려 매매계약에 따라 A씨가 자신에게 아파트 소유권 이전을 해줘야 한다며 맞소송을 냈다.

서로 짜고 허위로 주민등록 등의 요건을 유지해 임대 의무기간이 지난 후 아파트를 매매하기로 한 A씨와 B씨의 계약이 인정되느냐 하는 것이 쟁점이 됐다. 이런 매매 계약은 반사회질서 법률행위로 무효가 아니냐는 것이다.

1, 2심 법원은 B씨의 손을 들어줬지만 대법원은 달랐다. 대법원은 A씨의 주장을 받아들여 원심 판결을 파기했다.

대법원은 "문제가 된 매매계약은 공공건설임대주택의 임차권 양도와 분양전환 관련 법 조항의 입법 목적을 본질적으로 훼손해 무주택 서민이 미리 정해진 기준과 절차에 따라 공공건설임대주택을 공급받고 우선적으로 분양전환 받을 기회를 빼앗는 결과를 가져온다"며 "사회질서에 반하는 법률행위로서 무효라고 볼 여지가 상당하다"고 판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