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봉

최근 언론보도를 통해 식품사건에 대한 법원의 판결이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고 있다. 막걸리를 만들기 위한 쌀 중 3분의 1이 외국산인데도 무죄 판결이 내려진 사건이 있었다. 이 경우 표시에 대한 문제로 보면 분명 쌀이 국내산 100%가 아닌 경우였지만 법원에서는 무죄를 선고했다. 또 재활용 시리얼로 문제가 됐던 사건의 경우 위해성도 없고, 최종 제품이 아니라는 이유에서 무죄 판결이 내려졌다.

이렇게 소비자 입장에서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판결이 나오는 경우 그 이유는 무엇인지 설명할 필요가 있다. 이런 사건들에 대한 법원의 의도를 이해하는 국민은 많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법률은 기본적으로 사회 구성원 간의 약속이다. 그러므로 이러한 약속을 구체화하여 국회의원으로 구성된 입법부에서 법률을 만든다. 하지만 4,000여개의 법률로도 현대사회의 복잡함을 모두 표현하고 약속하는 것은 무리다.

특히 식품과 같이 일반 국민이 쉽게 접할 수 있는 분야에 대해서 국민들은 스스로가 실생활에서 사용하고 있는 용어나 상식을 기준으로 판단한다. 그 국민들의 기준과 제정된 법률 사이에 괴리가 있고, 그래서 법률을 해석하고 판단하는 법원과 국민의 정서 사이에 괴리감이 존재하게 된다.

예를 들어, 원산지를 표시하는 법률과 식품의 표시를 관리하는 법률에서 모든 원재료에 대해서 제품에 표시하도록 규정한 것은 아니다. 특정 부분에 대해서만 표시 의무를 규정하고 있다어서, 역으로 규정되지 않은 것들은 원산지를 표시할 필요가 없어 관리 대상이 아니다.

막걸리를 만들 때 식품첨가물로 사용된 ‘입국(누룩)’은 법률 상 원산지 표시대상이 아니었다. 그래서 일부 국내산이 아닌 원료가 사용된 것은 맞지만 허위표시로 볼 수 없기 때문에 법원은 무죄를 선고했다.

또 시리얼 문제에 있어서도 국민들은 제품의 포장이 완료되고 유통기한이 인쇄되어 있다면 당연히 완제품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법원은 구체적인 규정이 없으며, 일부 식품의 제조 공정상에 유통기한이 인쇄되고 포장이 된 제품에 대해서도 제조공정이 진행되고 있다는 것을 고려했다. 그래서 시리얼에 대해 무조건 완제품으로 볼 수 없다는 이유로 무죄가 선고됐다.

모든 사회적 문제를 법으로만 해결할 수는 없지만 전체적인 제도를 규정하고, 관리를 하는데 기초적이면서 필수적인 것이 법률이다. 국회의원 선거가 왜 중요한지, 식품의약품안전청이 처로 승격되는 것이 왜 불량식품 근절에 필요한지 이런 판결을 통해서 알 수 있다. 식품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도 결국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얼마나 효율적이고, 적절하게 법률을 관리하는지에 달려 있다.